최은창
민어의 계절이 왔다
여름이면 민어. 목포산 민어 소자. 90,
등살, 뱃살, 가맛살, 부레. 달큰하다. 껍질을 안 주는게 흠이다.
민어회로 산뜻하게 출발했다면 낙지초무침으로 새콤한 입맛을 돋운다. 조금씩 김에 싸서 먹다가 양푼에 낙지무침을 듬뿍 넣고 볶음멸치 달래서 비벼 놓으면 밥이 훌륭한 안주가 된다. 찬으로 깔리는 가자미튀김과 코다리는 말 할 것도 없고.
올 여름 민어를 진도식당에서 개시했다.
최은창
깔끔한 내부 리모델링 남도 해산물 식당
아무리 음식이 맛나도 철퍼덕 식당은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시류. 두 자리는 남기고 모두 의자식탁으로 바꿨다.
막걸리식초로 새콤하게 무친 간자미회초무침. 간자미껍질을 잘 제거하고 한 입 적당한 크기로 저민 흰살. 연골이 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아삭한 미나리가 잘 어울린다. 함께 내준 영양부추 무침과도 썩 잘 어울린다. 가는 영양부추의 아삭임은 미나리와 또 다른 입 속의 즐거움을 준다.
가자미 대가리와 꼬리를 쳐내고 칼집 크게 넣어 튀긴 가자비통튀김이 디폴트 찬으로 나온다. 단골은 추가도 가능하다. 찐꼬막과 코다리통찜도 모두 찬이다.
이집에 와서 낙지를 안 먹을 수는 없는 일. 간자미초부침과 같은 양념이라 좀 식상하지만 낙지초무침을 시켜 조금 억다가 큰 냉면기와 흰밥을 달라 해 낙지초무침을 넣고 쓱쓱 비벼 놓으면 오늘도 다이어트는 실패다.
호박넣고 달큰하게 끓인 장어탕. 살점이 단데 배불러도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오랜만에 갔더니 갑오징어무침을 서비스로 낸다. 이 아니 좋을씨고.
오랜만에 고국에 들린 친구의 환영식사로 그의 위시리스트에 있는대로 낙지를 나누었다. 그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게 또한 친구들의 행복이다. 언제가도 제철 해산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최은창
유난히 추웠던 2022년 겨울은 갔으나 낙지초무침은 아련하게 입맛으로 남았다.
진도에서 올라온 길고 가는 낙지 다리의 야들한 식감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신선한 야채들이 같은 크기로 어우러져 초장의 매콤함과 달큰함, 감칠맛, 간을 잘 입었는데, 오미에는 막걸리 식초로 포인트를 주었고 식감은 미나리로 아삭함을 더 했다. 청도의 봄 밭미나리만 하겠는가만 그 아삭함이 일찍 봄을 불러 냈다.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는다. 낙지초무침의 친구로야 막걸리, 백포도주, 스파클링, 맑고 진한 소주 뭐든 청탁을 가릴 것 없이 다 어울린다. 반 쯤 먹다 흰 쌀밥을 달래 낙지초무침 넣고 비빈다. 누구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풍성한 식탁이 된다. 마음도 달큰하게 섞인다.
꼭 남겨둘 배는 장어탕을 위한 것. 병어, 옥돔처럼 부드러운 장어살. 남의 살 중 제일가는 맛 중 하나다. 이 집에는 가자미튀김, 코다리조림, 육전, 삶은 꼬막, 어리굴젓 등이 딸림찬이다. 꼭꼭 숨겨 두고 싶은 집이다.
최은창
꼬막 철이 돌아온다. 철철이 맛난 제철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가. 11월부터 봄까지 제철인 꼬막. 찬바람 불면 일반식당에서도 꼬막을 데쳐 양념간장을 얹어 곁들임 찬으로 내기 시작한다. 진도식당엔 꼬막 메뉴가 따로 오른다. 꼬막데침. 크고 실한 꼬막을 살짝 데쳐 한 접시 가득내면 젓가락 내던지고 손으로 콩 집어 먹듯 하니 금방 바닥이 난다. 따뜻할 때 먹으면 금상첨화니 대화가 잠시 단절되도 어쩔 수 없다. 이 식당 명물은 꼬막무침. 양념에 싸인 살이 실한 꼬막을 적당히 먹다가 흰밥을 청하여 면기에 담고 꼬막무침을 얹어 슥슥 비비면 그야말로 침샘이 폭발한다. 참기름과 김가루 따위는 필요없다. 숫가락을 멈추기 어려우나 자제해야 한다. 배는 장어탕을 위해 남겨두시라. 달큰한 황토색 된장 국물에 호박, 대파, 무우 넣고 무엇보다 토실한 바다장어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장어탕을 먹기위해. 탱탱한 껍질과 부드럽게 씹히는 크리미한 장어. 건더기를 맛있게 골라 먹고는 마지막엔 반드시 흰밥 몇 숟갈을 말지어다. 더욱 달콤해진다. 회나 홍어, 무침에 광분하면 마지막에 배가 너무 불러 비싸고 맛난 장어탕을 남기고 가는 우를 범한다. 아무리 다짐해도 매번 갈 때마다 이렇게 되고 만다. 다 바보들이 된다. 허나 아무리 배 터지게 먹어도 실제로 터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올 가을에도 우를 범하러 가련다. 꼬막 내려온다. 꼬막이 내려온다. 꼬막 내려온다. 꼬막이 내려온다.
최은창
그야말로 진도 제철 해산물 먹을 수 있는 식당. 쭈꾸미데침. 쭈꾸미 샤브샤브. 민어회. 간재미튀김. 꼬막무침. 장어탕 등등 대표음식. 그외 수많은 제철 남도음식. 딸림찬도 맛납니다. 민어회는 가격에 비해 조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