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김치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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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리를 쓸쓸하게 밝히고 있는 백반집 하나. 노년의 남자 사장님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한 쪽 벽은 앳된 얼굴의 배우들이 공연 뒷풀이를 하는 사진들로 가득 차있는데, 사진 속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용한 식당의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다.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김치볶음밥과 홍어 한 접시를 주문했다. 겸상이 어색한 이 두 요리가 한 식탁에 올려져 있는 사진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물론 이 조합에 술을 안 시킬 수는 없다.
김치볶음밥이 참 맛있다. 맛깔나게 묵은 김치를 화구에서 빠르게, 아삭함이 살아있게 볶고 반숙 계란후라이를 위에 턱 올려 내니 맛이 없을 수가. 너무 삭히지 않은 홍어는 고춧가루 깨소금만 살짝 찍어 생오이와 볶은 갓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여기에서도 갓김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사장님께 김치가 참 맛있다 전하니, 아내분과 2년 전에 담군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식당을 함께 운영했던 아내분은 그맘때 즈음 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시고 이후에는 남자 사장님이 홀로 식당을 지키고 계시다고 한다. 어머님의 공백만큼 묵은 김치가 아버님 요리의 빈 자리를 채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재 이 집은 점심에 하던 백반 장사를 멈추고 저녁 장사만 하고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현재는 백반집이 아니다. 그럼에도, 건강하게 복귀한 어머님이 해주시는 백반을 맛볼 수 있길 바라며 #백반을찾아서 네 번째 집으로 이곳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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