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미로
육개장이 먹고파서
방산시장 보건옥에.
소고기와 고사리 토란대 대파 당면 등이
조화를 이룹니다.
땀흘리며 먹었습니다.
서동
무더운 을지로를 건너느라 기운이 쏙 빠졌다. 날이 덥고 습하고 꿉꿉해서 헤엄을 치는 것만 같았다. 배는 고픈데, 국물은 뜨거워 싫었고 면은 금방 꺼질 것 같았다. 결국 떠올린 건 남의 살이어서 식당에 들어가 육회비빔밥을 청했다.
가지런한 야채들을 보고 젓가락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그리곤 밥그릇을 뒤집어 쏟고 숟가락을 고쳐쥐었다. 엄지로 숟가락 허리를 누르고, 숟가락 다리를 손바닥으로 감싸 잡았다. 그리고 밥알을 힘으로 눌러 뭉개며 밑에 깔린 고기와 나물을 끌어당겼다. 골고루 비비려고 애쓰지 않았다. 숟가락 끝에 걸리는대로 그릇 벽으로 밀어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덜 비벼 짜면 국물로 지우고, 싱거우면 김치로 덧입혔다.
힘을 내려니, 밥도 힘있고 거칠게 먹어야 했다.
연화
뽈레 뱃지 사용 어디에 하까 하다가 사진 찍을때 쓰기로.
불고기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남자
여기 불고기는 맛이 없다고 동행인에게 말하는걸 들은 나.
내동행은 반찬 불고기 다 좋다고.
권오찬
#을지로4가 #보건옥 #서울식불고기
* 한줄평 : 이런 <불고기 국물> 또 없습니다.
• 을지로4가 노포 골목 3대장
• 서울식 불고기판에 구워먹는 곰탕 육수 베이스 불고기
• 메뉴판에는 없는 불고기 소면사리와 파김치 조합 추천
1. 개인적으로 을지로4가 골목은 <정통 노포>의 명맥이 굳건한 곳이다. 조선시대 말기부터 이 지역을 점령한 중국 상인들의 기를 물리치기 위해 살수대첩으로 수나라 대군을 격파한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차용하여 을지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2. 이 거리가 부흥한 것은 한국 전쟁으로 붕괴된 사대문 안의 도심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시멘트, 타일 등 건축자재상들이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지금이야 노포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재발굴하게 되며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이 되었다지만, 불과 칠팔년 전만 해도 미처 개발되지 못한 구도심 느낌이 강했더랬다.
3. 이 구도심에 과거에는 귀했을 평양냉면, 불고기, 설렁탕 등의 비싼 음식이 노포로 존재하는 것은 과거 재건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던 상인들의 집합소였기 때문이다.
4. 어쨌거나 을지로 3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테리어의 뉴트로 가게들이 점령해버렸고, 그나마 인적 드문 을지로 4가는 여전히 정통 노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식당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 식당인 <우래옥>, 피난 시절 오갈 데 없는 이들을 상대로 연탄불로 끓인 설렁탕을 팔았다는 <문화옥>, 그리고 상대적으로 업력은 짧지만 40여년이 훌쩍 넘은 <보건옥>이 이 골목의 3대장이다.
5. 보건옥의 불고기는 움푹하게 패여있는 전골냄비에 먹기 보다는 고기는 봉긋 솟은 불판에, 야채는 움푹 들어간 가생이 육수에 끓여먹는 <서울식 불고기 판>에 먹어야 제맛이다.
6. 이 집의 불고기는 주문 즉시 생고기를 다진 마늘과 참기름, 간장 등으로 최소한의 양념을 해서 내주는데, 육수는 곰탕 국물을 희석한 것을 사용한다. 별다른 기교 없이 끓여낸 정직한 곰탕 국물을 육수로 사용하기에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불고기처럼 간장의 짠맛과 설탕의 단맛이 강조되지 않고 불고기 양념과 조화된 부드럽고 담백한 곰탕맛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7. 서울식 불고기판(가게에서는 옛날판이라 부른다)으로 주문하면 전골처럼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는 방식이 아니라 야채는 국물에 졸이고, 고기는 <구워내는> 방식이다 보니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고기판 사이즈에 맞게 고기양을 적절하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판에 올리게 되면 결국 고기 일부는 가생이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전골팬에 끓여먹는 방식과 다름없어 옛날판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8. 여기에 꿀팁 하나를 더한다면 고기 한점을 불고기판 가운데 불이 올라오는 지점에 걸쳐두면 직화로 구워지는 육향을 맡을 수 있으니 후각의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9. 만약 오후 방문이라면 일일 50그릇 한정인 육개장을 찌개 삼아 한 그릇 주문하는 것도 이 집의 매력을 즐기는 팁이다.
10. 메뉴판에는 없지만, 불고기를 먹은 후 <소면 사리> 주문은 필수이다.
Luscious.K
#을지로 #주교동 #보건옥 "불고기는 보건옥에서... 냉면은 우래옥에서..." 을지로 우래옥 뒷편으로 4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수수한 고깃집이 하나 있다. 가게 이름은 <보건옥>인데 간판은 <보건정육점 보건옥>, 명함에는 <보건불고기센터>다. 상호의 다양성에서 이집의 특징과 대표메뉴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실제로 앞서 두 분의 홀릭블랙님들께서 자세히 알려주셨 듯이, 이집의 불고기는 정통 서울식에 구수한 설렁탕 국물을 육수 베이스로 쓰고 있을 정도로 보건옥만의 특징을 유일무이하게 담고있다. 불고기로 당대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로 옆 우래옥의 초고가 불고기에 절대 뒤지지 않을만큼 보건옥만의 매력이 넘쳐난다. 그래서 불고기는 <보건옥>에서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은 <우래옥>에 가서 먹으라는 진리가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본인도 이집 같은 불고기는 평생 처음 먹어본다. 미리 재워둔 고기도 아니고 양념이 안된 고기를 주문과 동시에 무게를 달아 정량을 확인하고 양념을 해주신다. 다시말해 양념 후 무게가 아닌 양념 전 고기의 무게로 불고기를 판매하신다는 것은 이집의 근본이 <정육점>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손님으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맛 역시 상상을 초원하는데, 슴슴하게 양념된 불고기는 채소와 어우려져 편안하게 다가온다. 간장이 우월하지 않고 약간의 단맛과 참기름의 맛에 어우러진 채소, 그 맛들을 연결시켜주는 쿰쿰하면서 구수한 설렁탕 육수의 융합은 숟가락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마무리 소면은 말해 무엇하랴.... 그렇다고 보건옥이 불고기만 먹으로 가는 곳이라고 오해를 하면 안된다. 불고기를 뛰어 넘는 생고기들도 엄청난 퀄리티와 맛을 제공한다. 보건옥의 고기는 모두 한우를 사용하는데 마블링에 의존하는 고기맛이 아니라 고기 자체의 맛으로 혀를 즐겁게 해준다. 눈앞에서 바로 썰어 주시는 육사시미는 찰지고 고소하다. 마치 질 좋은 다시마를 덮어 잘 숙성시킨 도미나 광어 처럼 식감이 쫀쫀하면서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올라온다. 최근에 먹은 육사시미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진한 맛의 고추장 양념을 주는 다른 집과는 차별적으로 기름장 하나면 이 맛있는 생고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등심은 더 훌륭하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가볍게 양념한 주물럭에서 씹을 수록 흘러나오는 한우의 고기맛은 마블링 많은 초고가 한우가 주는 기름의 고소함과는 차원이 다른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내어준다. 거기에 풍부한 육즙은 보너스! 입에서는 절로 "고기는 이런 맛이지..." 라는 감탄이 세어나온다. 이집 반찬이 환상적이다. 기본 반찬으로 김치 2종에 쌈채소 포함해서 7종의 반찬을 깔아주시는데 하나 하나가 너무나 맛있다. 오랫동안 을지로의 입맛을 책임진 곳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뭐든지 제대로 전통적으로 하신다. 멸치 진미채 조림도 건어물을 한 번 불려서 조리셔서 건어물을 부드럽게 먹게 해주시고, 주물럭도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진한 장으로 무치는게 아니라 소금과 기름으로 가볍게 무쳐내신다. 이 모두가 예전 방식인데 이집은 옛방식을 아직도 고집하신다. 이런 방식과 맛을 보기위해 우리가 노포를 찾는 것이 아닌가? 이토록 멋진 노포에 히든카드는 또 있다. 바로 하루 50인분 한정으로 판매하는 육개장 그리고 김치보다 고기가 많다고 하는 이집 최고 인기 식사메뉴인 김치찌개는 빼놓을 수 없는 뒷골목 고깃집의 머스트잇이다. 게다가 불고기에 넣어주셨던 이남장 스러운 설렁탕 국물은 자연스럽게 다음 식사 메뉴는 보건옥 설렁탕이라고 결심할 만큼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집의 진짜 매력은 <친절>이다. 많은 노포가 오래되면 노포가 되는 줄 아는데, 그래서 "노포 = 불친절" 이라는 불합리를 당연히 감래해야 하는 덕목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심지어 주인마져도) 보건옥은 살가운 접객과 유려한 응대가 입만 즐거운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고향 같은 푸근함을 준다. <노포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 보건옥에서 찾으면 되겠다> PS: 다른 음식의 맛에 눌려 쓰지는 못했지만 기계로 바로 썰어주시는 차돌박이도 절대 빠지지 않는 퀄리티였습니다. PS2: 망플러 여러분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