쁜지
방산시장 은주정, 혼자 먹는 김치찌개의 온도
우래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마침 휴무일과 겹쳐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대체할 만한 식당을 고민하던 중,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은주정에서도 혼자 식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혼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번이 첫 방문이었습니다.
식당은 방산시장 골목 안쪽 깊숙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고깃집 특유의 냄새나 기름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실내는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였습니다.
입구에 남아 있는 코로나 시절의 안내문이 오랜 시간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입장 후 “한 명입니다”라고 말씀드리자, 별다른 안내 없이 바로 김치찌개가 냄비째 제공됩니다.
이윽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불을 조절해가며 식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근처 테이블에도 혼자 식사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고, 외국인 손님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일본인 여성 손님 한 분이 조리 방법을 몰라 잠시 망설이다가 제가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시기도 했습니다.
반찬은 전체적으로 정갈한 편이며, 특히 두부부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밥은 흑미가 섞인 공깃밥이 아닌 양푼에 넉넉히 담겨 제공되어 양적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쌈 채소 역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고, 요즘같이 채소값이 높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성의 있는 구성이라 느껴졌습니다.
예전만큼 넘칠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식사하기엔 오히려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찌개는 흔히 말하는 ‘고기 반, 국물 반’의 비주얼은 아니며, 맛 자체도 특별하게 강렬하거나 깊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김치 또한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된 것으로 보이며, 국물 맛 역시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의 고기 질은 괜찮은 수준이며, 들어 있는 두부 또한 일반적인 찌개용 두부보다 더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자리에 앉아 직접 끓여 먹는 김치찌개’라는 점에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식당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주정은 그 전통을 유지하며 혼자서도 부담 없이 김치찌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며, 상추에 고기 한 점 올려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특별함보다는 안정감이, 개성보다는 일관성이 돋보이는 한 끼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혼자 먹는 김치찌개의 온도를 오랜만에 느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