쁜지
여의도 한복판에서 잠깐 시간을 멈추고 싶을 때, 주빈커피 마에스터점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요란한 간판 없이 조용히,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곳은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알려진 송주빈 대표가 직접 문을 연 곳이에요.
여기서의 주인공은 단연 융드립 커피입니다. 천으로 만든 융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커피의 오일과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어요. 첫 향부터가 다릅니다. 마에스터 시그니처 블렌드를 주문하면, 진하게 퍼지는 초콜릿과 카라멜의 향이 먼저 코를 자극하고, 한 모금 마시면 부드럽고도 묵직한 쌉쌀함이 입 안을 감돕니다. 그리고 끝맛에는 마치 숭늉처럼 은은한 고소함이 길게 남아요. 기교 없이, 아주 단단한 맛입니다.
커피는 로얄알버트 잔에 담겨 나옵니다. 손에 쥐었을 때의 온도, 잔의 무게감까지 계산된 듯 고요하고 단정해요. 커피 한 잔 시키면 아메리카노 리필도 한 잔 더 주기 때문에, 느긋하게 앉아 이야기 나누거나 책 읽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