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기행
요즘은 밀가루 면이 참 흔하지만, 과거에는 잔치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진천에 밀이 귀하던 시절, 그 구수하고 깊은 밀 맛을 살려 칼국수를 만드는 집이 있다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부부 둘이서 새벽부터 직접 반죽을 하고 면을 만든다는데, 육수는 그저 단출하다. 멸치에 갖은 채소를 넣고 푹 끓여 만들어낸 깊은 감칠맛. 고명은 호박에 파가 전부다,
생긴 것부터 허여멀건한 것이, 요즘에 흔한 사골이나 해산물의 시원하고 깊은 맛과는 전혀 다르다. 구수한 밀가루의 맛이 가득 퍼진 국물!
처음엔 낯설다 싶은 맛인데, 직접 메주를 쑤어 만든 양념간장과 콩나물 무침, 김치를 기호에 따라 곁들여 먹으니 점점 익숙한, 그리운 어머니의 맛이 된다.
밀이 귀하던 시절, 밀 그 자체의 맛을 한껏 맛볼 수 있게 했던 손칼국수. 그 귀중한 맛을 오랜만에 진천에서 만났다.
88화 - 살고 싶은 맛! 생거진천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