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in B
지쳐있던 날 벌떡 일으킨 낙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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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 몇 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의 글귀를 따라, 여름 날의 일소처럼 축 쳐져 있던 나는 서울 최고의 낙지 코스를 맛보러 나섰다.
낙지로 시작해서 낙지로 끝나는 코스. 지겹지 않느냐고? 전혀. 오히려 낙지 한 가지로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경탄스러울 뿐이었다.
시작은 산낙지. 차별화 포인트는 가게에서 즉석으로 짜낸 참기름이다. 운이 따른다면 갓 짜낸 들기름도 득할 수 있다. 산낙지의 톡톡 거리는 식감과 함께 입속과 콧속을 그득 채우는 고소함. 천상의 기름맛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들큰한 양념을 입혀 돌돌 말아낸 낙지호롱이와 차돌박이, 통마늘과 함께 생낙지를 구워낸 낙지차돌을 지나며 코스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클라이맥스는 낙지볶음밥. 누룽지가 될 때까지 바싹 구운 쌀밥을 들기름 고추장 소스에 버무린 낙지, 수북이 쌓인 날치알과 함께 비벼 먹는다. 탱글하고, 톡톡 튀고, 바삭거리는 식감의 향연. 그 속에 달달하게 눌러 붙은 양념의 맛이 끊임 없이 숟가락을 부른다.
유의: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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