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하동
와…. 이게 이렇게 크리미해도 되냐고 대구 수육을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대구를 어떻게 수육으로 먹냐라는 질문과 대구라는 도시의 수육이 뭐가 다르냐는 실없는 질문까지 듣게 된다. 여러 사람들이 아구 수육은 알고 먹어봤지만 대구 수육을 먹어 본 사람은 소수다. 그 대구 수육을 이곳에서 먹을 수 있다. 한겨울이야 말고 대구의 제철,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대구수육에 대구지리까지 즐기면서 한 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찾아갔다. 사실 참치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인데, 참치는 먹어 본 적이 없다. 그저 겨울에 대구수육을 먹으러 방문하는 곳이다. 테이블은 4인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다. 대구수육을 주문하면 먼저 상차림을 주는데, 참치무조림, 계란말이, 장아찌, 명란젓, 콩자반을 준다. 그렇게 준 밑반찬으로 간간히 먹다보면 커다란 접시에 가득쌓인 대구수육을 안겨준다. 첫 비주얼은 약간 충격이다. 커다란 접시에 대구대가리, 양 옆에 데친 미나리, 배추가 있고 그 위를 곤이로 가득 채운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그럴 비주얼이다. 곤이에 앞서 먼저 대구대가리를 공략했다. 커다란 대구머리를 이리저리 해체를 하다보면 무수한 살이 솟아나게 된다. 그 살점을 겨자&간장에 찍고 그 위에 데친 미나리를 올려서 먹는데, 와….. 탄탄하면서 담백한 대구 살이 아주 딱이다. 수육을 삶을 때, 간을 좀 주고 요리했기 때문에 간장을 찍지 않아도 간은 충분했다. 그렇다고 담백한 대구살을 방해할 정도의 간이 아니라 너무 좋았다. 대구 살점을 계속 뜯어먹다가 이제 약간은 거부감이 들만한 비주얼의 곤이를 집었다. 곤이하면 보통 동태탕이나 해물찜에서 곁들여 먹는 그런 토핑같은 재료다. 그래서 보통 곤이를 시뻘건 양념을 뒤집어 쓴 그 곤이만을 생각하게 된다. 여기 곤이는 그런거 없이 딱 생곤이다. 이 하얀 곤이가 사람들에게 약간의 호불호를 안겨준다. 곤이를 떠서 대구살점과 마찬가지로 미나리, 곤이, 간장으로 해서 먹었다. ………… 와…. 미쳤다. 그냥 이건 미친 식감이다. 가끔 혀에서 녹는다는 맛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녹았다. 손바닥 위에 올린 눈송이처럼 입 속에서 곤이가 흩어졌다. 거대한 대구대가리의 비주얼은 페이크였다. 진짜는 곤이였다. 너무 고소하고 크리미한 식감이 머릿속에서 계속 남았다. 그러다 같이 간 친구가 곤이를 한 입에 먹기에는 좀 힘들거 같다고 곤이를 자르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잘라서 먹으면 맛이 다 달아난다고 무조건 한 입에 다 먹으라고 참견하셨다. 옳은 참견인거 같아서 불만 없이 먹었다. 곤이에 정신이 팔리다가 문득 지리가 생각나서 급하게 요청했다. 맑은 대구 지리에는 알과 배추, 미나리가 가득했는데, 식어있는 대구 살점을 넣어서 먹으면 그냥 맑은 대구탕이다. 식어버린 대구수육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고 마무리로 완벽했다. 아는만큼 느낄 수 있다고 이번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서 새로운 맛을 느꼈다. 단단하고 담백한 대구 살과 고소하면서 크리미한 곤이의 맛까지 둘 다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한 겨울이었다. 대구수육 - 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