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
7년 만에 떠난 가족여행의 첫 목적지는 목포! 그리고 첫 끼니는 직접 막걸리 식초를 만들어 낙지초무침를 내는 무안먹거리에서 해결했습니다. 한일시장 작은 상가에 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로 익어가는 막걸리 식초가 잘 보이니 쉽게 찾아올 수 있었어요.
막걸리 발효의 끝에 식초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만드는 모습을 처음 봐서 사장님께 여쭤보았는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누룩을 이용하고, 만든 지는 40년이 넘었으며, 식초는 절대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 합니다. 숨구멍 용도로 꽂아놓은 솔잎은 잡균이 생기는 걸 막는 역할이라 하구요. 신기하고 또 신기합니다!
4인 기준 낙지초무침 중자를 주문했어요. 새빨간 양념이 먼저 눈에 띄었고 겉으로 보기엔 양이 적을 것 같은데 뒤집어보니 무서울 정도로 큰 낙지 두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채소류는 미나리와 양파, 살짝 절인 배추가 들어갔구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사진은 없지만 초무침을 시키면 홍합탕도 같이 나오니 참고하시구요-!
맛은 일단 하나도 맵지 않았고, 막걸리 식초 특유의 살짝 쿰쿰한 향과 함께 산뜻한 신맛과 생전 처음 느껴보는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간 또한 세지 않아서 매운 것 1도 못 드시는 아부지가 국물을 떠 드실 정도였어요. 낙지도 세상 연한데 채소, 특히 데친 배추의 아삭함이 같이 느껴지니 이게 진짜 여름 음식이다 싶었습니다.
자박해진 초무침 국물에는 기본으로 나오는 소면을 말아 드시면 되구요. 하얀 대접에 밥과 참기름, 김가루를 뿌려 나오는 비빔공기를 시켜 슥슥 비벼 먹으면서 식사를 마무리해도 좋습니다. 누가 말리지 않았다면 비빔공기 두 개는 더 시켰을지도 모르겠어요🤤
반찬도 그렇고 메인도 그렇고 생김새에 비해 맛이 순해서 저는 더 좋게 느꼈구요. 요즘 어디서 이런 비주얼과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히 문화재 급의 집이 아닐까 생각해요.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