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제천시 #제천시락국 #시래기밥
* 한줄평 : 국가등록문화재에서 맛보는 제천의 약선음식
• 제천 음식의 향토성이 약선인 이유
• 1941년 건축된 근대문화유산 건물이 식당이 된 배경
• 시래기밥과 모듬장아찌의 궁합
1. 지방 중소도시 여행을 하며 식당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 바로 <향토성>이다. 음식은. 반드시 그 지역의 기후와 지형을 반영하고, 나아가 지역 사람들의 성정까지 담겨있기 마련이라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지역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2. 제천은 약초 재배에 용이한 청정 자연환경을 갖춘데다 태백산맥의 동서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예로부터 <제천 약령시>가 발달한 곳이다. 마침 제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의림지역사 박물관에서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란길에 어의로 공을 세운 <명의 이공기>에 대한 기획전시도 운영하고 있었더랬다.
3. 어의 이공기에 대한 특별 기획전시를 할 만큼 한방 치료에 대한 지역적 관심이 높고, 예로부터 제천 약령시가 발달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천 음식의 향토성은 <약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4. 그리하여 찾아간 곳이 바로 제천역 인근에 자리잡은 <제천시락국>이다. 시래기는 무청을 말린 식재료인데,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웰빙 식품이다. 최소 3번 이상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야 하는 우리네 밥상의 대표적인 <슬로우푸드>이다.
5. 이 집의 대표메뉴인 시래기밥을 주문하면 시래기국도 함께 나오니 사실상 단일 메뉴 식당이라 볼 수도 있다. 시래기밥은 으깬 참깨가 잔뜩 뿌려져 나오는데, 담백한 시래기밥이 선명한 모듬장아찌와 일체감을 이룬 순간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6. 돼지감자, 우엉, 마늘쫑과 여주 등 각기 다른 식재료를 3년간 발효 숙성했다는 모듬장아찌는 그 자체로 제천 약선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여주는 오독오독한 식감과 아삭한 맛으로 시래기밥의 심심한 풍미에 경쾌한 리듬을 더해주는데 마치 잔잔한 음악에 스타카토를 찍어주는 듯 하다.
7. 보통 우리가 접하는 시래기국은 구수하고 진한 맛인데, 이 집은 맑고 청명한 것이 시래기밥과 그 결을 함께 한다.
재미있는 건 음식 하나하나만 보면 특색없어보일 수도 있는 이 한상차림이 모듬장아찌, 비빔된장, 깍두기 등과 합쳐지면 오케스트라처럼 빈틈없이 웅장해진다는 것이다.
8. 이 식당이 소재한 공간도 참으로 흥미롭다. 1941년 일제 말기에 세워졌다는 석조 건물은 대한통운 제천사업소로 제천역의 소화물 종사자들이 관사 및 업무 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대한통운에 종사했던 주인장이 퇴직하며 이 건물을 인수해 2013년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9. 식당 벽면에는 식객 허영만 선생님께서 “유명 요리 학교를 나왔다고 자랑마라. 졸업장 없는 내륙의 촌부가 만들어낸 이 맛은 형식을 넘어선 감각이다. 예술이다.”라며 남겨놓은 극찬 문구가 붙어 있는데, 이 이상 어떻게 이 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Compactness
간결함의 미학
언뜻 단순하고 간결해보일수 있는 구성
하지만 그 속에 내공이 있다
간과 감칠맛을 담당하는 강된장
달콤함을 담당하는 장아찌
훌륭한 발효취를 자랑하는 석박지
양파를 넣어 익혀낸 계란말이
베이스가 되는 시래기밥까지
모든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천에 온다면 방문이 필수적인 식당
계란말이 주문 역시 필수
일구
2020년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때 이후 유명세를 탄 집. 개업년도는 대략 2012년 경. 일요일이어서 주차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장날이라 인근에 주차할 곳을 쉽게 찾지 못 하다가 제천역 주차장에 겨우 주차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점심 때 갔기 때문에 시래기밥을 시켰는데 시래기밥 위에 뿌려진 볶은 깨가루의 고소한 향과 맛이 너무 좋았다. 그냥 먹으면 싱거워서 장아찌와 먹으니 간이 맞았고 또한 강된장에 비벼 먹어도 간이 맞았는데 함께 나온 시래기국이 심심해서 잘 어우러졌다. 종합하면 시래기의 구수한 맛과 볶은 깨, 강된장의 맛이 섞이고 상큼한 장아찌 맛이 가미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찬으로 추가할 수 있는 달걀말이는 싸서(3천원) 주문할 만 하지만 식용유가 들어가지 않은 메인 메뉴에 굳이 주문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강된장과 장아찌의 맛이 좋아서 별도 구매를 하였다.
반주인
포근해지는 맛. 석박지가 너무 맛있어 🥹 2인 이상 와서 계란말이까지 시키면 딱 좋을 듯.
주주
➖ 제천시락국
서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진한 시래기맛.
시골집밥 먹는 느낌이라 어른들 모시고 가면 좋아하실듯.
시래기국, 장아찌, 강된장, 계란말이까지 투박한 매력이 있다. 무김치의 익힘정도나 군내가 쉽진 않은편이다.
#시래기밥 #시래기국 #강된장 #계란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