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기행
인천 동구의 시장통 뒷골목에는 마치 옛 TV에서나 보던 것 같은 옛날식 목조건물이 자리해있다. 알고보니 60년이 넘은 복어전문점으로, 역대 인천의 시장님들은 물론, 기관장들은 다 거쳐가는 집이라고.
이 집에서는 무엇을 주문하든 먼저 내어주는 것이 있다는데, 바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데친 복어껍질. 특제 간장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 복어를 직접 손질하기 때문에 매일 껍질을 데쳐서 기본 찬으로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집의 진가를 드러내는 음식은 따로 있다는데, 50년 넘는 경력의 주방장이 썰어내는 복어 회 한 접시가 그것이다. 보통 복어회라고 하면 접시 바닥이 보일 만큼 얇고 투명한 비주얼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 집 복어회는 제법 두툼해 행복감이 든다. 이 집만의 새로운 복어탕, '복중탕'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음식. 매운탕도 맑은탕도 아닌 국물 색에 미나리와 복어살이 잔뜩이다. 복중탕이라는 이름에 맞게 서로 튀지 않고 조화로운 중간 맛을 내기 위해 고추장과 된장을 따로 물에 풀어 사용한단다. 맑은 복어탕의 시원한 맛을 생각한다면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무겁고 진한 맛이야말로 인천에서 인정받아온 새로운 복어탕이다.
36화 - 배짱 두둑한 맛! 인천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