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박사
‘넌 꼬막을 좋아할 것임에 틀림없어. 왜냐면 내가 지금부터 그렇게 시킬 거니까.’라는 엄포에 가까운 추천(?)으로 끌려간(?) 천호동 해도식당.
살짝 두 골목쯤 안에 있어 잘 모를 것 같은데 이런 델 어케 찾았냐 했더니 검지를 입에 갖다대고는 ‘쉿 아무말도 하지마’라는데 신기하기만 하다. 공교롭게 가족모임이 있어 점심 영업이 곤란할 지 모른다는 말에 당황했지만 남도 출신 사장님답게 ‘찾아온 손님 내 보내는 거 아니’라며 ‘편하게 드시고 가쇼잉’ 에 안 마실 낮술을 세 병이나 청해 마시는 걸로 보답.
1인분에 18,000원짜리 꼬막정식을 주문했는데 헉. 잘 삶은 꼬막숙회에 양념꽃꼬막, 꼬막전, 꼬막무침의 모듬이 나오는데 하아...사장님 가족모임만 아니면 또 한 번 볼링핀 쌓을 뻔한 위기를...
네 종류의 남도식 꼬막요리모듬에 들기름, 꼬막무침, 잘 지은 흑미콩밥과 날치알이 들어간 돌솥밥, 그리고 고기를 안 넣고도 맛이 훌륭한 미역국이 나온다. 꼬막들은 공히 ‘육수가 씹힐 정도’로 실하다. 꼬막무침같은 건 잘못 무치면 그냥 흔해빠진 구색차리기로 전락하기 쉬운데 가장 젓가락이 많이 갈 정도로 매콤새콤달콤이 다 있는 메뉴. 굴전도 씨 좋은 꼬막을 잘 부쳐내었다. 밑반찬들도 솜씨가 좋아서 평소같으면 두어번 집고 말 미나리무침을 굳이 한번 더 청해먹은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미나리가 제철이긴 하지만.
사계절메뉴로 꼬막을 하지만 겨울엔 굴을 활용한 ‘굴정식’과 굴 시리즈, 그리고 여름엔 물회랑 톳냉면이 별미라 하니 ‘반드시’ 맛보고 싶다. 각종 해물탕 장어탕 아귀찜들도 있어 남도식 해산물로 식사 겸 거한 한상을 원한다면 생각보다 먹을 것 없는 천호에서 꽤 괜찮은 선택지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