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우리나라식 타파스와 음식 그리고 우리나라 술
이철호, 박종희 두 오너쉐프는 코리안펍 다이닝으로 소개하면서, 문패에는 한국타파스 식당이란 문구을 첨가해 넣었다. 압구정 이치에가 있는 건물 1층. 8명 들어갈 수 있는 큰 룸. 시즌 3. VIP 코스. 120,
1. 웰컴. 식전주로 복분자주. 거의 주스 같은 농도. 양배추와 보리된장. 콩 알맹이가 고소한 달고 옅은 된장 페이스트. 유정란 계란찜. 조갯살과 캐비어가 올라 앉은 계란찜. 그릇이 앙증맞게 귀엽다. 먹물넣어 만든 쌀빵과 스프레드. 인트로가 좋다.
2. 꿀단지. 네개의 나무찬합을 꿀주걱 모양으로 만들어 쌓아 허니타워. 순서대로 하나씩 풀어 놓는다. 과자에 올린 참치 타르타르. 백목이버섯 튀김. 김부각 위에 올린 아구간과 단새우. 성게소크림이 들어간 홈런볼 모양의 슈. 한국식 타파스 코너. 다 한입거리 요리. 김포예주나 이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압구정 호랑이 막걸리와 썩 잘 어울리는데 속에 뭐가 든지 모르는 이 새까만 홈런볼이 홈런이다. 훌륭한 파티의 프렐류드.
3. 찬 요리. 숭어살을 삼각형으로 저며 새콤한 간장소스 주위로 돌린 해산물 냉채. 관자와 단새우, 해삼, 주키니조각, 연어알 등을 얹어 내 함께 섞어서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고, 소스와 확 비벼 먹어도 좋다. 활랍스터 사시미는 생이 아니라 살짝 데친 랍스터. 중간중간에 레몬조각을 끼워 넣었다. 도미살을 다져 밥위에 올린 도미김말이는 일식의 형식을 차용.
4. 국수. 첫입 먹자마자 모두 맛있다 감탄한 순서. 들기름향으로 부드러운 메밀면을 잘 비벼 깻잎채와 꼬막을 얹어 냈다. 단품으로 팔아도 훌륭한 요리.
5. 더운 요리. 이 식당의 시그니쳐 도미전. 도미전이라기 보다 도미스테이크가 더 어울리는 이름. 두툼한 두께로 익혀 페스토를 얹고, 새우살이 꽉찬 만두와 무짱아찌를 곁들여 낸다. 먹기전에 조개젓국을 따라 주어 촉촉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요리. 시그니쳐 답다. 한식이다.
6. 메인. 감자전. 동글하게 잘 부친 감자전 위에 트러플 조각을 얹어 김조림을 곁들인다. 이 김짱아찌가 간을 잘 맞춘다. 채끝등심 육전은 얇게 부쳐 메추리알 넣은 장에 찍어 먹고. 채끝등심 스테이크는 토하젓, 겨자, 매실와사비, 짱아찌를 곁들인다. (육전이나 스테이크 중 하나 선택, 스테이크는 3 추가 촤지)
7. 식사. 메인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참나물 곁들인 LA 갈비구이. 랍스터솥밥과 용대리 황태국과 함께 나온다. 밥을 고슬하게 지어 간이 딱 맞는 랍스터가 듬뿍 든 솥밥. 함께 내는 보쌈양념이 기막히게 맛있다. 마지막 임팩트.
식사 내내 페어링한 문경바람 40도는 사과향 나는 멋진 술. 언더락스도 좋고 스트레이트도 훌륭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 훌륭한 증류주가 많이 보인다. 맛도 있고, 양도 충분하고, 가격도 비교적 좋은 한식파인다이닝 기분도 낼 수 있는 식당. 우리나라 술도 골고루 즐길 수 있어 이야기 거리가 부족하지 않은 만족한 식사. 외국 친구들 데리고 가 한국음식과 술을 소개하기 참 좋은 식당이다. 시즌 4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