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좋은 식재료로 훌륭한 안주를 만들어내는 해산물 포차>
역촌동 역말사거리 인근 골목에 위치한 동네 주민들이 애정하는 포차다.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데 바로 앞 수조에서 대부분 꺼내다 써서 안주 퀄리티가 뛰어나기로 소문나 있다.
허름한 간판부터 소주 한 병은 먹고 들어가는 분위기고 역시 포차답게 위생이 쾌적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실내를 조금씩 보수 공사하는 듯 보였고 아늑하니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술을 안 하는 친구 녀석과 단둘이 가서 반주 겸 즐겼고 주문은 일단 광어회 먼저 넣었다. 광어회용 깻잎, 양념장에 간단한 찬이 차려졌으며 찬 중엔 부추무침이 알싸하고 아주 좋았다.
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갓 부친 부추전도 나왔는데 팬에 꾹 눌러지져내 지짐이처럼 쫀득했다. 불그스름한 색이 돌아 호박을 갈아 넣었나 했더니 매콤한 맛이 고추장을 섞은 거였다.
마지막으로 바지락탕까지 나왔고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기본 안주가 두 개나 쌓였다. 바지락탕은 바지락을 잔뜩 넣고 끓여 감칠맛이 미쳤었고 무와 고추, 미나리로 시원함을 더했다.
수조에서 잡은 광어로 바로 회를 뜬 광어회는 엔가와(광어 지느러미), 등, 배 이렇게 세 부위를 한 접시에 담아준다. 선도에서 원물이 좋은 게 딱 느껴졌으며 두툼하게 썰어서 내줬다.
일단 활어라 선명한 식감이 확 와닿았는데 질긴 느낌 없이 입안에 찰지게 감기며 꿀떡 넘어갔다. 배가 제일 고소하니 맛있었고 등은 양념장이랑 깻잎에 싸 먹으니 매력이 더 살았다.
엔가와는 꼬들꼬들, 쫀득쫀득하니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과 녹진함이 싹 올라와 뭘 따로 곁들일 필요 없이 완벽했다. 한 접시에 2.5만 원이란 가격을 생각하니 시키길 정말 잘한 거 같다.
날 것에 이은 다음 안주는 낙지볶음으로 정했고 이 역시 2만 원이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활낙지로 볶아준다. 때문에 나오는데 시간은 조금 걸렸고 양은 둘이 먹기 딱 적당했다.
양념은 시뻘건 게 매콤, 칼칼하며 참기름의 고소함이 묻어있었다. 양념 자체는 달지 않았으나 파, 양파를 넣어 단맛을 냈고 이를 촉촉하게 입은 문어 살은 그저 말캉하고 부드러웠다.
강한 참기름 맛이 탄수화물을 불러 문어를 건져 먹고 나선 밥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햇반을 쓴단 점만 제외하면 역시 끊기 힘든 매력적인 조합을 이루었고 내친김에 소면까지 말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면은 삶아질 때 물기를 많이 머금었는지 양념이 겉돌아 썩 조화롭지 못했다. 어쨌든 잘 먹었고 해산물과 술이 당길 때 들른다면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PS. 부추전 1회 리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