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파서 장사하는 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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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서 가졌던 소탈한 포장마차에 대한 환상이 전혀 서민적이지 않은 가격에 와르르 무너졌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는 반대로, ‘이래서 가게가 유지가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탈길에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나이든 가게. 가게 곳곳에 적혀있는 글귀들이 심금을 울린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공수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원가 생각하지 않고 싸게 판다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먹어보면 안다.
8천원의 모듬전. 계란물 묻혀 부친 분홍소시지전을 입에 넣자마자 배시시 미소가 지어진다. 젊은 사람들은 이 맛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이어서 고기를 다져 넣은 깻잎전을 입에 넣고 막걸리 한 모금으로 적신다. 담백한 두부전은 달달하게 볶은 김치와 찰떡 궁합을 이룬다.
7천원의 머릿고기. 쫀득한 껍질, 녹진한 비계, 오독거리는 물렁뼈의 식감과 간장 양념이 은은하게 스며든 맛이 제법이다. 탁주를 곁들이기엔 뭔가 아쉬웠다. 여름날 땀이 송글송글 맺힌 녹색병의 독주가 절실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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