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남녀
서울 근교 대형 카페로 워낙 유명해서 타지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르디투어. 위치는 애매해서 차가 있어야 방문 가능함.
세계 건축가상을 받은 박희수 건축가가 지은 카페로, 수원디자인 대상도 받은 ,, 건물 자체만으로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일 낮에 방문했는데 건물 크기에 비해 빵이 너무 적었음. 의아해서 여쭈어보니 이미 솔드아웃 된 빵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 사워크림맘모스와 넛츠캬라멜 크로넛, 그리고 딱 하나 남아있던 딸기 데니쉬 페이스츄리 픽. 대체로 페스츄리류 빵이 많이 보였고,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신선한 메뉴들도 많이 보였음.
음료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했음. 특히 논커피 종류가 많다는 점이 굿. 제주말차라떼와 시그니처인 르디투어 콕 주문.
가격 대비 음료 양은 적은 편. 르디투어 콕은 매실과 시나몬의 만남으로 청량감 가득한 시그니처 음료. 마셔보진 않았지만 향만으로도 이미 시원함과 청량함이 진동했음. 시나몬 때문에 그런가 꼭 민트처럼 화한 느낌이 강했음.
말차라떼는 정말 평범. 달지 않았고 맛은 연했으나 말차의 쌉싸름함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음.
빵은 딸기 데니쉬 페이스츄리 > 사워크림 맘모스 > 넛츠캬라멜 크로넛 순으로 맛있게 먹었음.
페스츄리 자체도 촉촉 부드러웠고 커스터드 크림이 무척 잘 어울렸음! 딸기 당도만 더 높았다면 완벽했을 듯.
사워크림 맘모스, 일단 이것도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음. 윗부분에 덮힌 소보로는 크런키하고 달달했고, 사워크림이 샌드되어 그냥 생크림이나 쨈이 들어간 기존 맘모스 빵과는 또 색다른 느낌. 좀 더 가볍고 산뜻했음.
넛츠캬라멜 크로넛은 견과류가 들어갔음을 감안하더라도 먹기에 너무 딱딱했음. 크로와상과 도넛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고, 이전에 먹어봤던 크로넛과는 사뭇 달라서 당황. 카라멜 코팅+화이트 초콜릿으로 달아서 먹다 보면 질리는 타입.
공간이 아늑하고 자리도 넓고, 주차도 이정도면 괜찮음.
남은 빵은 셀프 포장 가능.
다음에 푸르를 때 와서 초록멍 때리거나 날 풀리고 루프탑 구경하러 오고 싶다.
작은우체국
카페테리아의 핵심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커피맛, 누군가에게는 카페인 함량, 누군가에게는 디저트의 종류일 수도 있겠고 그 곳에 흐르는 음악이 얼마나 좋은가 혹은 의자가 얼마나 편안한가, 테이블이 얼마나 넓은가 요즈음이라면 콘센트가 있는가, 사람마다 다양하고 또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핵심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 르디투어의 핵심은 '공간'이다. 단순히 공간이 넓다, 층고가 높다, 인테리어가 예쁘다와 같이 단편적으로 장점을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다녀와본 입장에서는 그냥 이 공간 자체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1층 입구로 들어와 3층으로 이동하기까지의 동선이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계단으로도 엘리베이터로도 이동할 수 있으며 높거나 낮지도, 좁거나 넓지도 않아서 자연스럽게 밟아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통해 나선을 그리며 오르다 보면 커다란 창문과 그 너머에서 쏟아지는 채광, 벽을 장식하는 몇 개의 작품들,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는 위치에 층층이 널찍하게 세팅된 소파 자리가 나오는데 그 자리를 이용하는 다른 손님들의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 위로 오를 수 있게 되어있다. 가장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선형의 중심에 있는 둥근 공간의 끝에 있는 빵을 전시해둔 매대로 시선이 집중된다. 이러한 이동의 과정에서 어느 것도 거스르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이 공간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그렇게 이 카페의 핵심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상적이다. 루프탑이 공사중이어서 더 위로 올라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화장실도 공간의 철학에 맞추었는지 수전의 스위치 형태가 재미있었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으며, 수원에서는 보기 드문 다이슨 핸드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었다. 화장실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면 바로 앞에 리턴 트레이와 셀프 포장용 종이가 비치되어 있다. 카페 이용을 끝내고 나가는 이용자의 동선을 잘 배려한 공간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매대에는 정말 다종다양한 빵들이 많이 있었는데 먹어보고 싶은 빵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였고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우리가 고른 것은 대파 크림치즈 베이글과 올리비에 삐따, 그리고 음료는 르디투어 콕과 캐모마일 오렌지.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만 아침에 이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온 터라 카페인을 연타로 때리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아쉽지만 참았다. 레드빈 아인슈페너가 맛있다고 들었는데.. 참 아쉽다. 대파 크림치즈 베이글은 베이글 빵이 너무너무 쫀득한 게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베이글은 베이글 '맛' 빵이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크림치즈가 가득 들어있는데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며, 여기에 대파의 향이 더해져서 풍미가 아주 좋았다. 이런 베이글이라면 자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올리비에 삐따. 삐따가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올리브빵을 얇게 편 것인가? 밀가루 전 같은 느낌은 아닐까 싶었는데 잘라보니 빵 사이에 얇게 크림치즈 층이 있었다. 덕분에 식감이 단조롭지 않고 또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을 주어서 예상 외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음료의 경우 캐모마일 오렌지는 다소 밍밍했고 사과향이 조금 진하게 나서 음료만 마셨을 땐 많이 아쉬웠는데 빵을 한 입 먹고 마시니 느낌이 또 달랐다. 그래도 맛이 좀 약하기 때문에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 르디투어 콕은 시나몬 가루가 가득한 게 포인트. 시나몬을 좋아한다면 선택해도 좋을 듯 하다. 소금집과 연계하여 만드는 잠봉뵈르, 커다란 몽블랑, 여러가지 소금빵, 몽블랑, 크루아상, 깜빠뉴 등등 맛있어보이는 빵이 가득하니 빵 러버라면 행복한 고민이 될 듯 하다. 참 마음에 드는 카페이지만 심각한 단점이 있는데, 차를 가져올 경우 진입로와 주차장에서 지옥을 맛볼 수 있다. 카페가 위치한 곳이 광교 외식타운 이라는 작은 상가 지역인데 이 곳으로 진입하려면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를 통해야만 한다. 그런데 외식타운 쪽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차량 숫자가 택도 없이 부족한 탓인지, 외식타운으로 진입하는 약 1km 정도의 도로의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차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양방향으로 드나드는 차들이 곡예에 가까운 운전으로 서로 스치듯 피해서 올라가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이며, 도착해도 주차장은 이미 만차이고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고 뺑뺑이를 돌 만큼의 공간도 없기 때문에 차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가는 길이 좀 편했으면 몇 번 더 가고 싶었던 곳인데 한 번 다녀오고 나서는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하여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은, 특히 주말에는 여러 번 다시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주차장에 차를 댄 승자에게는 2시간 반의 무료 주차 특전(?)이 주어지니 참고 약간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한 번쯤 시간을 내서 방문해도 좋을 그런 곳이니 체크를 해두었다가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정말 좋은 공간이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훌륭한 빵이 가득한 곳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