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올해 제가 가장 많이 갔던 곳일 겁니다. 퇴근길 지날 때마다 신기한 외관이다 생각하긴 했지만, 가게 이름상 좀 중년 이상 분들이 편해하실 곳 같아서, 가도 될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어느 퇴근길 큰 맘 먹고 “혼자인데요~” 하고 들어선 순간부터… 주 1회 이상 바석 젤 끝에 앉아있다가 이제는 바석 어디든 앉아서 새로운 손님에게 자리를 내주는 고인물 손님이 되어버렸습니다.
서촌이라는 동네 특성상 예술을 하거나, 문화적 소양이 있으신 분들이 꽤 있는데요. 그 중 30대 *중반 이상*의 동네 주민들이 특히 많이 오는 아지트 중 하나에요. 그건 예술을 좋아하는 사장님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간 대학시절 동아리방 같달까요? 늘 조율된 수준이 아닌… 삘 받으면 바로 치시는 기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바 가운데 있는 아이폰에 틀어대는 단골들, 작은 가게엔 콘트라베이스에 키보드, 퍼커션까지 있고… 여기서 술 먹다가 새벽까지 춤 추며 논 적도 있…습니다(쿨럭) 게다가 벽 곳곳엔 사장님이 만든 작품들이 있는데… 가끔 여기서 술 먹고 있다보면 하울에 움직이는 성에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작은 가게의 온기와 열기 만큼은 아주 엄청나죠.
저는 이 공간에서도 ‘미오’입니다 :) 아주 독특한 술을 팔지는 않지만, 기네스 캔생이 있고, 적당한 가격의 위스키 종류가 많고, 하이볼이 있죠. 그리고 예술을 일상으로 즐기는 사장님과 언제 봐도 반가운 동네 단골들 (다 혼자 와서 여기서 친해진).. 그러니까 좋은 사람과 즐거운 대화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음식 없는, 심야식당’ 딱 그 자체랄까요. 무슨 대화를 나눠도 즐겁고, 사회에 관심들도 빠삭한, 제 한 해의 위로가 되었던 공간이었습니다. 서촌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실 공간이 필요하다면, 혼술을 하고 싶다면 추천 드립니다. 저도 모른 척해드릴테니, 저를 보셔도 모른 척 해주세요 😉
사장님이 그간 가게에서 만든 작품들로 바로 근처인 ‘창성동 실험실’에서 전시를 하세요. 꼴라주라는 이것저것 붙여낸 독특한 오브제들인데, 역시 사장님답다며 단골은 전시 내내 미소를 지었답니다. #동네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