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링 - 호또 모또

나는 1990년대 읍내의 다방에 가본적은 없지만 아마 인테리어 만큼은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가정집같은 대문을 지나 계단을 몇걸음 올라가면 동네 미용실에서나 볼법한 다양한 색상의 벽면이 맞이하고, 온통 카펫같은 식탁보로 가득 채운 테이블에 한켠엔 티브이가, 또 한켠에선 무언가 식자재를 쉴새없이 다듬고 계시는 주방 주인장분까지. 익숙하면서도 또 내심 '맛, 괜찮을까'하는 불안감을 가진다. 혼자서 온지라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자니 돈가스 말고는 당기는 음식이 없어 돈가스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소리를 흘리며 파도치는걸 볼수 있다니 확실히 가게의 위치는 참 좋다. 테라스(?) 너머로 오션뷰가 보이는 돈가스집이다. 돈까스는 주문하고 그리 오래 지나지않아 금방 나온다. 반찬을 하나씩 꺼내 올리시며 직접 담근반찬이라며 나름 프라이드를 내비친다. 돈까스도 만만치 않다. 차별화를 두려고 하신 것 같긴하다. 나름대로의 90년대 갬성 플레이팅이 되어있다. 흑돼지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으셨는지 돈까스 위엔 무언가 검은색의 고명이 올라가져 있다. 맛은 어떤가, 사실 이 곳 돈까스의 맛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고기는 질기고, 소스는 너무 달다. 그나마 튀김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본식 돈가스라기에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곳의 반찬을 먹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인분의 프라이드는 그냥 대충 주워들은 말로 떠드신게 아니었다. 이정도라면 프라이드를 가지시는 것이 당연하다. 반찬들은 서로 조화로웠고, 나름 정교하였다. 식감을 고려한 구성인가 싶었다. 시간이 없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먹지는 못한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래서 내게 다시 제주에 갈일이 있다면..있다면... 호또모또에... 음... 글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굳이 갈까 싶다. 바다 뷰야, 바로 옆건물이 빽다방이고 돈까스 맛이야, 제주의 식당마요네즈가 압살해버린다. 즉, 비행기 이륙 40분 남았지만 시간감각 없이 빽다방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다 시간을 보고 당황한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