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압구정의 깔끔한 한식 선술집
편히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선술집이라면 대부분 이자카야를 생각할 정도로 일식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요즘, 한식을 주로 하는 선술집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한식 선술집들은 대체로 너무 캐주얼하다. 격식도 형식도 없거니와 식당 내외관이 너저분한게 보통이다. 식재료가 여기저기 널려있기도 하고, 식객들의 시선 관리과 동선 관리가 안 되고 개념 자체가 없기도 하다. 식기는 물론 싸구려 멜라민이고. 이래서 젊은이들이 한식 선술집을 선호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압구정동에 깔끔한 선술집이 있다. 밖에 테라스 자리를 만들어 서양의 분위기를 냈고 내부가 깨끗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음식도 군더더기 없이 소담하다. 비용도 적절하다. 그래서 식객들이 거의 다 젊은 여성들이다.
기본안주로 내는 어묵튀김. 비면 눈에 띌때 마다 리필을 물어 본다. 삿포로 생맥 9, 좋은 가격이다. 위스키 코키지 30, 이것도 나쁘지 않다.
차돌박이초무침. 상큼하게 무친 야채와 함께 내어 전채로 역할이 좋았다.
가지튀김. 튀김이라기 보다 가지를 가른 다음 고기와 새우를 다져 소로 채우고 튀긴 가지 만두. 뜨겁게 맛있다. 시그니쳐.
소고가타다키. 원육이 약간 질긴데 이 메뉴는 좀 더 개선의 여지가 있다.
비오는 날은 지글지글 전. 낙지김치전. 낙지를 좀 더 넣어야 낙지 이름을 붙일 수 있겠다.
치킨난반. 촉촉하게 잘 튀겨 타르타르소스를 얹어 낸다.
바지락술찜이 좋은데 실한 바지락 까 먹고 남은 국물에 우동사리 추가 해 먹으면 훌륭한 식사.
곱창전골과 우동사리. 곱창과 내포가 넉넉히 들었다. 밥도 좋고 우동도 좋고 말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서울의 밤 25도 추가.
장마철이라 그런지 한식 선술집이 잘 어울린다.
먹성 좋은 할배들 네 명이 잘 먹고 코키지, 생맥, 소주와 음식 모두 합해 6만/인 정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