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 한줄평 : 생활의 달인, 중저가 2군 냉면집 1. 이 식당이 소재한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은 원래 경기도 고양시에 속한 행정구역이였다가 1949년 대통령령에 의해 확장된 서울특별시로 편입된 곳이다. 그만큼 이 동네는 개발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지역적으로 변두리일 수 밖에 없었는데 무려 40여년 넘게 냉면으로 한자리 차고 있는 식당이 있다. 2. 냉면 매니아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곳이라지만, 난 <생활의 달인>을 보고서야 알게 된 곳인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주인장께서 동네주민들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 그간 방송을 극구 거절하셨었다고.. 실제 가게 어느 곳에도 생활의 달인 방송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3. 메뉴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만두로 단촐한 구성이다. 심지어 만두는 찬바람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만 한다하니 지금 방문하면 맛볼 수 있는 것은 냉면 뿐이다. 4. 가격이 우선 놀랍다. 보통이 5천원, 곱배기가 6천원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봉지라면을 사먹어도 5천원인 세상인데!! 심지어 냉면집 곱배기 가격이 중국집 곱배기처럼 단순하게 +1천원이라는 덧셈은 냉면 매니아에게 문화충격 수준이다. 5. 저렴하게 팔아 가격이 저렴할 뿐 저렴하게 만들진 않았다.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 물냉면/비빔냉면 곱배기를 주문했는데 우선 인상적인 부분은 육수를 뒤덮은 <참깨>의 향연이다. 호불호가 있을만한 요소인데, 오히려 이 부분이 냉면매니아들에겐 이 식당의 <성명절기>가 되어버린 듯 싶다. 고기 고명이 안 보이는 것은 아쉽긴 해도 오이채와 무채, 배 한조각 등 냉면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은 어느 정도 합격점이다. 간혹 배 대신 수박이나 토마토 슬라이스를 넣은 냉면집이 있는데, 이건 근본없는 냉면이라 본다. 6. 비빔냉면은 매콤하다. 물냉면은 새콤하다. 그런데 계속 입에 넣게 된다. 노포의 맛이란 오감을 뛰어넘은 아우라가 있는데 노포매니아인 내 미식 취향과 한그릇 가득 곱배기가 6천원이라는 부분은 부족한 부분조차 다 정겹게 보일 정도이다. 7. 비냉을 먹는다면 문앞 가스버너에 놓인 뜨건 육수를 꼭 챙겨야 한다. 고기와 잡뼈로 우려낸 육수라 기름지면서도 구수한데 조미라고는 오로지 소금만 한 진짜 육수 돌직구다. 매콤한 양념과 뜨거운 고기 육수 한입 번갈아 먹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추가잡설 소녀처럼 양갈래 머리를 땋은 따님과 어머님께서 주방에서 냉면을 만드시는데, 어린 친구가 시장 식당에서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하다니 참 기특하다란 생각을 하며 이 식당은 얼마되었나요?! 여쭤봤더니 자기 나이가 마흔한살이니까 아마 그보다 오래됐을거라는데 진짜 화들짝 놀랐다. 겉만 봐선 모를 매력이 냉면에도, 주방의 따님에게도! 음식은 만드는 사람을 닮는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