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율
사토시_스시오마카세부문 맛집(5)
최근방문_'24년 1월
1. 아직은 쌀쌀한 찬바람이 불던 겨울, 압구정로데오 인근의 스시야 방문 모임에 초대받게 됐다. 마침 포스팅을 통해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하던 곳이었고,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라 고민도 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방문하게 됐다.
2. 이 곳이 스시야가 맞나?? 싶은 건물 2층에 특별한 안내도 없이 위치해있었다. 조금의 불편함이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불편함 덕분에 아지트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3. 스시오마카세가 시작됐고, 쉐프님이 하나하나씩 설명해주시며 올려주셨다.
- 스시오마카세
a) 음식
: 회(옥돔* / 광어), 전복술찜, 복어정소구이*, 보리새우+성게알, 보리새우머리튀김, 쥐치간소스*, 정어리김말이, 문어조림, 갈치시소튀김, 아귀간*
>> 옥돔회는 단맛이 참 좋았고, 복어정소도 겉만 구워서 속은 크리미한 그 상태라 참 매력적이었다. 쥐치간/아귀간은 그냥 반칙이다.
b) 초밥
: 학꽁치, 참치대뱃살*, 전갱이, 성게알, 단새우*, ??, 흑점줄전갱이, 참치 속살, 고등어, 장어, 박고지김말이, 오이김말이
>> 역시 참치대뱃살이 참 좋았고, 이날따라.. 하루가 고됐는지.. 단새우의 단맛이 미칠만큼 좋았다 ㅋㅋ 마지막으로 입가심 오이김말이(카파마끼) 너무 좋았다 ㅋㅋ
c) 기타
: 백합탕, 금태솥밥(+연어알)***, 된장국(생선뼈), 교쿠
>> 금.태.솥.밥 !! 환상적이다 ㅋㅋㅋ
d) 사케
: 나베시마 준마이다이긴조 (카라이) *
: 본토쿠센 준마이다이긴조 (아마)
4. 정말 다 맛있었는데 ㅋㅋ 정말 재미있는건, 맛에 비해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이 살짝 흐릿하다. 시간이 오래 되어서도 있겠지만, 너무 내 취향인 “밥(샤리)” 때문인데 ㅋㅋㅋ 밥이 식감도, 맛도 너무 좋았다 ㅋㅋㅋ 그렇게 리뷰를 쓰려고보니.. 밥생각만 난다 ㅋㅋ
5. 언젠가부터 술마시기 좋은 가벼운 오마카세로만 발길이 갔었는데 ㅋㅋ 참 오랜만에 다시 스시오마카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아.. 맛있다 ㅋㅋㅋ
6. 사토시를 알려주시고, 식사자리를 즐겁게 만들어주신 모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나파밸리 샤도네이 2022” 도 정말 맛있게 마셨고, 성심당 부추빵도 참 좋았습니다 :)
* 결론
신나는 오마카세 !!
권오찬
#압구정로데오 #사토시 #디너오마카세
* 한줄평 : 미식에 관해 문득 든 생각
1. 압구정로데오에 소재한 <사토시>라는 스시야에서 반가운 모임을 가졌더랬다. 모임 구성원 모두가 미식에 관한 각자의 기준과 철학이 뚜렷한 분들이라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그 즐거움이 극에 달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즐거운 신년회를 보냈다.
2. 개인적으로 스시야는 경험도 미천한데다 그 빈약한 경험만큼 아는 지식도 전무하여 어려운 곳이다.
통상 스시 오마카세라 하면 니기리를 하는 이타마에와의 이력도 왠지 알아야 할 것 같고, 다른 업장과의 비교를 통한 훈수나 칭찬도 몇 마디 해야 할 것 같고, 가격대 자체가 높은 편이니 왠지 영혼을 끌어모아 있는 척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이래 저래 내가 자신없어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가득한 곳이 바로 스시야이다.
3. 그런데 이번 모임을 통해 그런 부담감이 조금은 사라진 듯 하다. 이미 쉐프와 라포가 형성된 단골이 있었던데다 다른 분들 역시 스시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니 그런 부담감이 덜했던 요인도 있지만, 우리끼리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무엇>을 먹는가보다는 <누구와> 경험하는가가 더 중요한 궁극의 미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4. 회사 후배들에게 늘 이르는 말이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도 만나라!”이다. 회사 사람들만 만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비슷한 연봉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살아간다는 것과 진배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업과 환경이 다른 세상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두루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5. 이 모임이 그렇다. 미식이라는 주제를 기본으로 하되 각자 다른 업에 종사하고 있고, 관심사가 다른 이들은 어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런 이야기가 너무 즐겁다.
6.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니 음식 역시 그랬다. 스시 입문을 강남에서 꽤 비싼 곳에서 했는지라 아는 건 없어도 기대치는 높은 편인데, 이 식당을 경험하고 나니 스시야에서 중요한 건 가격과 비례하는 고급 식재료보다는 <쉐프와의 궁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7. 그래도 귀한 경험이니 짧게라도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하자면..
1) 약 3시간에 걸친 이 집에서의 미식 경험은 내내 대충 씹고 식도로 넘기려는 나의 식습관과 최대한 음미하기 위해 삼키지 않으려는 이성간의 싸움이었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2) 스시라는 게 재료의 신선도와 손질 등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큰 음식이긴 하지만, 어떤 어종을 엎더라도 결국 스시의 전체 식감을 지배하는 것은 샤리이다. 사토시의 샤리는 꼬들하여 밥알의 존재감이 뚜렷한데 입 안에서의 풀림이 나와 궁합이 너무 좋다.
3) 비장탄으로 오랫동안 천천히 익혀냈다는 금태로 솥밥을 만들어주셨는데, 불향이 너무 좋다. 스시라는 음식이 날 생선 음식이라 불향이 입혀진 화식은 고급 스시야에서 잘 하지 않는다 들었는데, 전체적인 코스에 스며들며 굉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4) 우니와 안키모, 전복술찜, 보리새우 등 진귀하지만 그래도 고급 스시야에서 전반적으로 사용하는 피스들인데, <복어의 정소 구이>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황송함이었다. 미식가에게 첫음식은 결국 <경험의 확장>을 의미하는데,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는 피스라 할 수 있다.
8. 음식에 대한 품평 외 굉장히 세심하게 이래 저래 별도의 요청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신경써주신 홀 매니저님과 무대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자리하며 우리를 빛내준 이광우 쉐프도 굉장히 인상깊었다라는 글로 이 곳에서의 경험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