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제주시 #닥그네할망 #접착뼈국
* 한줄평 : 제주 향토음식점, 그리고 애매한 절반의 성공
• 뭍사람들의 제주 향토음식에 대한 깊어진 인식의 지평
• 제주 향토음식, 특정 식당에 대한 쏠림 현상
• 대안으로 찾은 식당에서 만난 씁쓸함..
1. 뭍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의 향토 음식이래봤자 고기국수와 갈치조림, 옥돔과 고등어구이가 전부이던 시절이 불과 오륙년 전 즈음이다.
2. 이제는 뭍사람들의 제주에 대한 경험이 깊어지며 제주 향토음식의 <배지근한> 맛을 경험하게 되었더랬다. 제주 방언인 <배지근하다>는 ‘맛이 깊고 진하면서도 담백하다’라는 의미인데 탕류인 접착뼈국과 고사리육개장, 고기국수와 지리 매운탕 등이 이에 해당된다.
3. 뭍사람들의 제주 향토음식에 대한 지평은 분명 넓어졌으되 다민 접착뼈국은 넉둥베기, 고사리육개장은 우진해장국 등 <특정 음식점으로의 쏠림 현상>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4. 그래서 제주 토박이가 운영하는 향토 음식점 중 네이버 평점이 높은 식당을 고르고 골라 방문한 곳이 공항 근처 도남동에 소재한 <닥그네할망>이다.
5. 가게 전면 유리창에 가게의 유래가 적혀있는데 <‘닥그네’는 용담에 자리한 포구의 옛 지명으로 할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해주던 향토음식>이라는 설명은 향토음식 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를 충분히 설레게 했다.
6. 주문한 음식은 접착뼈국과 고사리육개장, 산적이다. 분명 네이버 평점이 완벽에 가까운 4.88 인데다 블로그마다 극찬에 가까운 후기가 적혀 있던지라 의심해마지 않았건만..
7. 접착뼈는 돼지 앞다리와 몸통 사이 <갈비뼈>이고, 이를 푹 고아낸 뒤 <메밀가루>를 풀어 든든함을 더한 제주의 귀한 향토음식인데, 이 집은 뭍사람들이 먹는 감자뼈해장국을 지리로 끓인 버전으로 내준다.
8. 맛이야 기본 솜씨가 있는 이가 주방을 맡았을테니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갈비뼈 부위인 접착뼈를 사용하지 않고 <등뼈>로 끓여낸데다 메밀가루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듯 하니 이를 <접착뼈국>이라는 메뉴로 봐야 하는지조차 자신이 없다.
9. 고사리해장국은 다행히 내가 아는 향토음식 버전 그대로 나왔으니 아무래도 뭍사람들의 향토음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만큼 수급이 쉽지 않았으려니 하고 별다른 말없이 나왔건만 ‘변화’라기 보다는 <변질>인 듯 싶어 씁쓸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 추가잡설
나 역시 남들이 Yes 라고 외칠 때 함께 Yes 라고 외치는 평범한 사람인데다 외식업의 고단한 현실을 알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편이다.
그러나 수많은 블로그에서 이 집을 ‘제주도 최고의 접착뼈국’이라는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평가가 많은 것을 보고 아닌 건 아니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차라리 접착뼈국이 아닌 <제주식 맑은 뼈국>이라 했다면 좋은 평가를 내렸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