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in B
진한 여운이 남은 성수동의 노포 고깃집.
—
식당 안에 어지러이 놓여있는 물건들, 첫 만남에 말을 툭 놓으시는 이모님. 어쩌면 이곳을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사랑할 이유는 더욱 충분하다. 낯선 접객에 잠시 긴장했던 딸아이는 식당을 나서며 본인의 인생 고깃집을 갱신했다 밝혔다.
밑반찬으로 이모님이 직접 담근 묵은지와 갓김치가 푸짐하게 제공된다. 그냥도 먹고 돼지기름에 구워서도 먹는데, 상쾌한 발효향이 폴폴 풍기는 갓김치가 인상적이었다. 묵은지를 썰어넣은 청국장도 함께 나오는데, 딸아이는 청국장이 아닌 “천국장”이라 칭송했다. 천국장과 god김치라니, 올해의 언어유희상을 주고 싶었다.
볶음밥도 독보적이다. 돌판 위에 종이호일을 깔고 묵은지, 갓김치, 미나리무침을 가위로 잘게 자른 다음 눌은 밥, 김가루, 들기름을 넣고 선물 포장하듯이 감싼다. 이후 10분 넘게 포장한 밥을 손으로 돌리고, 누르면서 일체가 되도록 만든다. 그 정성만으로도 이미 맛있다.
딸아이를 위해 남은 청국장을 싸갈 수 있을 지 여쭈었더니, 이후 갖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방에서 한 봉지 가득 담아 싸주신다. 계산하고 나서는 우리를 이모님의 귀여운 손녀딸이 개다리춤으로 배웅해준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경험.
—
www.instagram.com/colin_b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