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제주조천읍 #옥란면옥 #짠지떡
* 한줄평 : 제주도에서 만난 백령도랭면과 짠지떡
• 제주에서 메밀 냉면이 존재하기 어려웠던 배경
• 제주도에서 유일한 황해도식 백령도 냉면
• 백령도 냉면의 곁들임 음식, 짠지떡
1. 제주도는 화산성 토양으로 이루어져 토질이 투박하고 물을 흡수하지 못 해 물을 가둬놓고 작물을 키우는 논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 대신 척박한 땅에서도 재배하기 쉬운 메밀이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달하였다.
2. 그러나 오히려 메밀과 관련한 인지도 측면에서는 강원도에 비해 크게 뒤지는데, 평창의 봉평 지역을 배경으로 한 <메밀꽃 필 무렵>같은 걸출한 문학 작품도 없는데다 강원도의 막국수와 메밀 전병같은 다양한 음식 역시 대중화되지 않아 그런 것으로 보인다.
3. 실제 제주도 사람들의 메밀 활용은 강원도의 향토 음식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다. 한반도에서 메밀로 만든 음식 중 가장 대중성을 가진 인기 음식이 바로 <냉면>인데, 제주는 조선 시대 왜구의 약탈, 출륙 금지령, 근대 들어 4.3 사건등의 아픔이 겹치며 아무래도 곡물을 가루내어 <면을 뽑아내는> 호사까지는 누리지 못 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4. 어쨌거나 ‘자생적으로’ 냉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제주에 냉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바로 서귀포시 안덕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한라산 아래 첫마을>이라 볼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냉면 랩소디’를 통해 <금악무짠지냉면>이라는 전국 냉면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냉면이 인기를 얻었고, 이제는 제법 제주에 제법 많은 냉면집이 성업 중이다.
5. 그 중 내 눈길을 끈 것은 제주시 조천읍에 소재한 <옥란면옥>이다. 이 집에서 주력 메뉴로 내놓은 냉면은 서울에서도 만나기 힘든 <황해도식 백령도 냉면>과 <짠지떡>이다.
6. 수도권에서 황해도식 냉면을 즐기려면 양평의 옥천면에 가면 되는데, 이 지역 황해냉면집들은 한결같이 사이드로 완자와 수육 등을 내는 통에 <짠지떡>을 경험해볼 수 없었는데, 이번 여행 이 귀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7. 황해냉면과 짠지떡을 설명하려면, 다시 말해 황해냉면을 취급하는 양평 옥천 지역에서는 왜 짠지떡을 만날 수 없는지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백령도>이다.
백령도는 원래 황해도에 속하는 섬일 정도로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웠는데, 황해도 지역 실향민들이 전쟁 후 터전을 잡고 살아가며 냉면 장사를 한 곳이 바로 백령도와 양평 옥천 지역이다.
8. 양평 옥천 지역의 황해도 냉면은 해주 지역 기방 문화의 잔향이 남은 완자 등이 온전히 자리한 반면 척박한데다 먹을 것이 귀했던 섬지역인 백령도의 황해도 냉면은 메밀가루로 반죽한 떡에 신김치와 굴을 넣어먹는 짠지떡이 곁들임 음식으롤 자리잡았다.
9. 굳이 족보를 따지자면 제주에 자리한 옥란면옥은 ‘백령도의 맥을 잇는’ 곳이라 해석이 된다.
10. 동치미 국물을 섞은 육수와 제주산 메밀로 제면한 냉면은 아무래도 냉면 전쟁터인 서울 출신 교조주의적인 냉면 매니아를 만족시키기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짠지떡은 첫경험이라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긴 어려웠으나 김치와 굴이라는 다소 특색있는 소와 겉면에 발라진 참기름의 꼬수한 향이 굉장히 매력있었다.
11. 좀 더 황해도식 백령도 냉면의 특징을 매니악하게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건만, 냉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제주라는 공간에서 이만한 음식을 낸다는 것은 분명 굉장한 일이다라는 점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