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하동
아... 깨달았다... 중요한건 김치였구나!
사실 가맥집의 매력은 다 비슷비슷하다.
노포의 갬성, 누구나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메뉴, 쉽게 접근 가능한 주전부리와 술, 완전 오픈된 주방.
누구나 알 수 있는 공통된 매력 속에서 자기한테 더 어필할만한 집을 찾아가는 것이 가맥집 투어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맥집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게 있는데, 그건 김치다.
또다른 새로운 곳을 찾아갔다. 완전히 오픈된 주방과 두어개의 테이블이 전부다.
뭘 먹을까 하다가 스팸구이와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소맥을 살짝 홀짝이다보면 할머니께서 요리를 내주신다. 야채를 다져서 계란물을 묻힌 스팸. 아무것도 없이 그냥 구운 스팸보다는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폭신한 맛이다. 그리고 야채가 아직 덜익혀져서 아삭아삭 씹히는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 할머니께서 케첩통을 통으로 주셔서 알아서 짜서 먹으라고 하신다. 매력적이시다.
그리고 김치를 내어주시는데, 이게 맛있다. 빨간 김치. 누구나 아는 맛이지만, 이 집 김치는 시원한 맛이 좋다. 젓갈이 많이 안들어가 시원하고 담백한 느낌의 배추김치다. 이 김치에 라면을 곁들이면 더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짜파게티를 주문했다.
짜파게티에는 파김치라는 불변의 진리가 있지만, 이런 시원한 스타일의 김치도 짜파게티랑 잘 어울린다.
짜파게티는 익히 아는 맛이다. 생각한대로 김치랑 잘어울린다. 기대한 맛이다.
노포를 좋아한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메뉴판이 없어서 뭐가 되는지 물어봐야하고 가격도 일정한지 의심이 들지만, 이게 가맥집의 매력이다. 그리고 김치가 꽤나 맛있다.
사실 김치가 맛있는 가맥집들은 많아서 자기한테 맞는 곳을 찾아다니는걸 추천한다.
MAXIMA
분위기를 먹고 마시는 가맥집.
몇달이 지났지만 괜히 생각나서 쓰는, 가격도 모르고, 메뉴판도 없어서 내 기준에서는 가장 비형식적인 리뷰(일기).
어둑한 골목을 헤매고 다니며 찾은 슈퍼다.
간판에 조명도 없어서 기웃기웃..했다.
우리 세대 중 대체 어떤 사람들이 여기를 처음에 찾았을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게 되었다.
9시가 넘은 시간 방문한 우리를 맞이하신 사장님은,
지갑형 케이스를 씌운 핸드폰으로 트로트를 틀어두고 무료함을 흘려보내고 계셨다.
괜히 실례가 되는 기분을 무릅쓰고, 우리는 일단 먹으러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뭐가 되는지 여쭈었다.
메뉴판이 없으니 다 사장님 마음대로다.
자타공인 메뉴판 컬렉터인 나는 괜히 서운했다ㅎ
닭볶음탕과 계란말이를 부탁드렸고, 세월이 새겨진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꽤나 선선해서 지금과 기온이 비슷하던 5월 초의 저녁,
주변에서는 왠 러시아 아저씨들이 어슬렁 어슬렁 담배를 피우고, 길고양이들도 여러 번 왔다갔다 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세상에 홀릭이 되더니 별의 별 환경에서 다 먹어보네, 그래도 우리나라니까 이 뒷골목에서 안전하게 앉아서 술을 마시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밖에 없었으니, 음악도 우리끼리 틀었고 갑자기 노래를 불러도, 큰 소리로 왁자지껄 박수치며 웃어도 이상한 눈길을 보낼 옆 테이블 사람들도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술을 한 병 비우고 나서였을까, 느긋하게 나온 계란말이는 계란물을 입힌 스팸과 사이좋게 반반으로 나왔다.
간은 삼삼해서 내가 좋아하는 케첩을 마음껏 뿌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닭볶음탕은 신기하게 김치맛이 많이 났다.
국물이 꽤 많은 편이었다.
닭고기는 맛과 느낌이 꽤 거칠었다. 덩어리도 큼직했다.
술과 음료는 가게 안 냉장고에서 알아서 꺼내다가 마셨다.
이야 이게 가맥 감성이군~ 싶었다.
평소 내가 선호하는 종류의 음식이나 분위기로 보았을 때,
내가 홀릭이 아니었다면 못 했을 경험이었고,
또 그 일행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해봤을 가맥집이었다.
왜 사람들이 야장에 환장을 하는지, 또 어딘가 이상한 것들을 보고 분위기가 끝장난다-라고 일컫는 건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들은 흔치 않기 때문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선선한 바람만이 주는 낭만이 있다.
그 특유의 충격같은 경험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도 이제는 야장에 환장하는 인구에 합류하게 된 것 같다.
2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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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도 없이 방문
메뉴판이랄건 따로 없고, 그냥 사장님이 먼저 여쭤봅니다
"햄구워줄까? 계란말이?"
그렇게 초이스한 계란말이가
최근 먹은 계란말이 중 베스트였습니다🥳
계란물을 2번에 나눠서 넣어서 그런지, 안은 촉촉하게 맛있더라구요.
다른 테이블은 두 분이서 라면 3개 주문해서 드시던데,
저도 다음엔 그렇게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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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물은 구입하셔서 드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