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하동
텅 빈 곳을 다시 채우다.
남해는 돌창고라는 양곡창고가 여러 개 있다.
섬이라 육지와의 물자운반이 어렵기 때문에, 쌀 등의 필수 물품등을 보관하는 창고다. 특히 남해는 돌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돌을 쌓아 돌창고를 만들었다.
남해를 지나보면 남해와 하동의 폭이 좁기 때문에, 물자 운반이 어려울거 같아보이지 않는데, 그 좁은 물길은 유속이 어마어마해서 바람이 세게 불기만 하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그런 곳이 된다.
그런 남해에서 돌창고는 주민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돌창고는 용도가 다 한 텅빈 황량함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쓰러져가는 돌창고를 다시 채운 것은 예술가들이다. 팅 비어 죽어가는 돌창고를 다시 살려 문화공간으로 카페로 만들었다.
카페 겸 공방은 겉으로 보면 참 밋밋하다. 투박한 돌벽이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그 큰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가운데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투박한 창고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1층에는 그릇을 빗는 공방이 있다. 2층에서는 카페가 있는데, 여러 메뉴를 판매한다.
소금커피, 미숫가루, 덩어리쑥떡을 주문했다. 미숫가루는 커다란 사발에 담겨서 나온다. 달달함보다는 고소함이 강조된 맛이다. 걸쭉한 고소함이 목 뒤로 넘어가는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소금커피는 콜드브루에 짭짤한 크림이 올라와있다.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서 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 달달하면서 짭짤한 크림이 커피와 만나 커피의 풍미가 배가 된다.
덩어리 쑥떡은 남해에서 유명한 떡집인 중현떡집에서 받아왔는데, 커다란 쑥떡을 잘라 소스에 묻혀 먹는데, 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쑥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짭짤한 크림이 주는 건강함을 만나 조합이 좋다. 그리고 쑥떡이 생긴거 만큼이나 쫀득하다.
공방 말고도 다양한 굿즈도 있다. 남해 특유의 바다를 표현한 그림과 마그넷도 있다. 그리고 아주 자그마한 루프탑에서는 남해의 풍경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섬 최후의 보루에서 쇠락의 증거가 된 텅 빈 곳을 다시 채운 곳이다. 그리고 남해의 특징을 살린 메뉴도 있다.
충분히 즐길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