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조촐한 생일 식사 릴레이 #2
올해 최고의 3시간.. 말 그대로 오감이 자극받았고, 재료의 힘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특히 저 들국화, 레몬밤을 곁들인 보리새우와 호박 디쉬는 균형감이 절정에 달해서 아직도 생각나네요🥲
기대를 한껏 안고 방문했는데도 그 이상으로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 기회가 된다면 계절마다 방문하고 싶어요.
마징가
직접 운영하시는 농장에서 노지재배한 채소들을 쓰시는.. 정말 쉽지 않은 길을 가고 계시는 쉐프님 응원합니다! 허브들로 레이어를 쌓는.. 정말 맛있어요!
끝에 e자가 붙은 로빈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세심하게 설계된 13코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스시야도 그렇고 디너에 방문하면 양이 너무 많아 허덕대는 사람이라, 13코스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야채와 해산물 위주로 아주 층층이 잘 쌓아올린 13층 탑이란... 그리고 매니저님과 소믈리에님, 셰프님의 설명까지 모두 좋았습니다. 제컴이 있다가 기가스로 바뀐 공간도 좋았네요. 조만간 다시 방문하려고 합니다.
맛되디
<팜 투 테이블>
<지중해는 물음표>
팜 투 테이블을 실현 중인 정하완 셰프의 지중해식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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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는 전부 셰프 소유의 와니 농장에서 직접 재배해 사용하기로 유명한,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떠들썩하게 팜 투 테이블을 어필 중인 레스토랑. 물론 음식 맛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곳이다. 정하완 셰프부터 그냥 걸출한 미슐랭 다이닝을 여럿 거친 셰프가 아니어서 작은 플레이트 하나도 집착에 가깝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요리하시는 분이고!.. 소스 맛내기만 봐도 흔한 와인바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실제로 몇 가지 소스가 톤이 비슷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풍미만큼은 하나하나 정말 좋아서!.. 바닥을 긁지 않은 접시가 없으니까. 단..
기가스가 지향하는 지중해 요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중해 요리'라는 장르, 식문화 그대로가 아닌 지중해의 식재료들을 다소 생소한 방법으로 재해석을 더해 조리하는 장르라는.. 업장의 입장을 고려해도! 지중해식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부분이 많다. 유명하지 않은 지중해 채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과, 소스나 사이드를 만들기 위한 부재료를 넘어 식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치즈를 취급한다는 점 등은.. 그래도 지중해 식당의 일면이라고 할 법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솔직히 일반적인 국내 와인바와 명확하게 차별화된 면모는 없다.
여전히 와인바가 아닌 식당으로 운영 중인 업장임에도 빈 말로도 식당이라고는 봐 줄 수 없는 운영 방식도 매우 아쉬운 부분. 디저트 포함 모든 디쉬의 양이.. 여과 없이 말하자면 정말이지 극도로 창렬하다. 도저히 온전한 한 접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랄까. 하나하나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오히려 상당히 비싸다). 분명 전부 맛있는 건 맞으나.. 어지간한 소식좌도 식사 목적으로 찾으면 전 메뉴 주문해야 허기는 면할 수 있을 정도.
그만치 하나같이 양이 적다.. 오죽하면 미리 예약해야 하는 스테이크 제외 거의 전 메뉴 주문을 강행했으나..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른 식당에서 두 번째 식사를 거뜬히 해냈다. 그것도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을 넘어 미슐랭 가이드북 선정 레스토랑이라 한들, 이 업장을 쉽사리 추천할 수 없는 이유. 더불어 와인 주문 권유도 내가 가 본 어떤 와인바보다 극성스럽다. 공식적으로 와인바가 아니고 식당이건만;; 보틀 주문을 이끌어낼 시 인센티브가 상당히 쏠쏠하기라도 한 건지 매니저님께서 정말이지 수시로, 끈덕지게 보틀 주문을 권하시더라;;; 결국에는 다소 피로감을 느낀 그 분이 살짝 불편하다 티를 내신 뒤에야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던.
물론, 오직 맛만 보면 굳이 들러 볼 가치도 있는 곳인 건 맞다. 단지 몇 가지만 미리 체크하고 방문하길. 1차, 그러니까 식사 목적으로 가진 마라. 식당보다는 와인바로 이용해라. 와인 주문 권유가.. 사실상 권유를 넘어 해외 관광지 강매 유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심각하니.. 본인 성격이 호구 잡히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경우에만 방문해라. 과장 없이 쥐어 흔드는 대로 휘둘리면 오십 가까이 뜯길 수도 있다.. 실제로 다녀오신 모 업장 대표님의 경험담이다..
그 정도로 돈 쓰고 나와도 아깝지 않을 그런 업장은 아니다.
P.S)그래도 2021~2023 3년간 들른 국내 와인바&양식당 장르의 업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맛으로는 확실하게 차별성과 경쟁력이 와닿았던 곳이긴 합니다.
토요미식회장
옛날리뷰 22.02
*요약: 맛"은" 있다. 그러나 가격만큼의 만족감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입구부터 유럽풍 느낌 뿜뿜하고 지중해 음식을 지향하는 다이닝. 사실 와인바에 가깝다. 그리고 일본음식을 공부하신 분인지 나만 그리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자꾸 일본음식 스타일이 느껴졌다.
음식은 맛이 확실히 잘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고 밋밋하고 뭔지 모르겠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양은 너무너무너무 적다. 대식가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웰컴디시로 나온 브리오슈가 괜찮았다. 크기가 작다보니 브리오슈이지만 식사용보단 살짝 디저트용 같았다. 빵 자체가 얇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밤 맛이 좋고 치즈랑의 콜라보도 괜찮았다.
찬 야채접시 중에서는 에스칼리바다가 괜찮아보였다. 무가르파치오의 경우 무우가 주재료로 보이는데 무우를 주재료로 썼다면 굳이 카르파치오를 고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에스칼리바다라는 메뉴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스페인 일부지역에서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구운 야채를 주재료로 하고 빵을 곁들이는 느낌. 여기서는 파프리카를 썼다. 가지쥬스, 오일이 들어갔다고 한다. 파프리카를 잘라서 몇점 먹어봤다. 파프리카다. 음식에서 의도한 맛을 찾지 못했다. 부라타치즈 맛과의 조합을 의도한걸까?
고등어 에스카베체
에스카베체는 데치거나 튀긴 생선을 올리브오일이랑 식초랑 같이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식감을 보아하니 데쳤나보다. 고등어의 향이 은근 강해서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고등어의 식감이 고등어초밥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랑 살짝 닮았고 유자랑 고수오일과 만났을 때 시너지가 상당히 좋았다. 고등어과 새콤새콤한 유자소스와의 조합. 제주무늬오징어 엔초비밀크 맛이 살짝 감도는 무늬오징어요리. 쫄깃함도 매력적이고 감자와의 조합도 괜찮다. 약간 타파스 느낌을 내려한 거 같기도 하다.
동해단새우 일식집에서 자주 보는 단새우가 특이하게 바꼈다. 라구소스랑 같이 나온다고 하는데 라구는 돼지고기랑 새우살이 들어갔다고 한다. 감칠맛이 살짝 감도는 것이 왠지 모르게 비스큐소스 맛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소고기나 양고기에 익숙했던 라구소스. 새우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광어는 익힌 광어와 구운양파소스가 나왔다. 구운 양파소스는 그럴싸한데 광어는.......익혀서 먹을거면 광어를 왜 먹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닭날개 이탈리안XO소스........가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건표고버섯과 유기농계란과의 조합. 계란을 툭 쳐서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주재료가 치킨인데 존재감이 모호하다. 표고가 훨씬 존재감이 강하다. 표고의 향과 계란의 눅진함이 치킨의 맛을 가렸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하지? 이런 느낌.
예산엔비사과 헤프닝이 있어서 제공받은 메뉴이다. 얇게 썬 사과의 머랭과 바닐라크림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사과의 아삭함과 과자처럼 톡 터지는 머랭의 반대되는 식감의 조화 그리고 바닐라의 향긋함. 주문해보면 충분히 만족하리라 예상되는 추천디저트이다.
베를린보난자커피아이스크림 티라미수라고 되어 있어서 티라미수를 기대하긴 했는데 커피아이스크림이다. 마스카포네가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냥 커피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와닿을 거 같다.
메뉴마다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고 말리고 싶은 것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추천 메뉴가 더 많다. 하지만 양은 조금 늘려줘야 할 거 같다. 와인이 메인인 건 알겠는데 음식의 양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 추천을 해줄 때 너무 비싼 걸로 자꾸 몰고가려는 늬앙스가 강하다. 주문한 와인 자체는 해산물의 맛과 잘 어우러졌고 깔끔하고 향긋하면서도 살짝 드라이한 느낌. 맛으로는 추천하고 싶지만 가격은 좀 ㅎㄷ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