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보살
195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병원을 리모델링한 카페.
커피나 디저트, 브런치 다 먹어보고, 쓸까 말까, 반 년을 미뤄왔던 포스팅을 한다.
구옥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일구어내는 일에 상당히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늘 이런 시도는 반갑다.
잊혀져 가던 공간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다듬어 빛내는 일이 어찌 싫을 수 있는가. 반가우면 반가웠지.
이곳은 공간의 아이덴티티만큼 커피나 음식맛도 정교하게 짜여져 나무랄데 없었는데 참 마음에 걸리는 게 있더라.
1. 오래된 건물 특성상 높고 가파른 계단의 위험 때문에 노키즈존.
노키즈존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이런 이유는 받아들일 수 있다. 당장 성인이 가도 가파른 계단이 퍽 힘겨웠다. 아마도 원래 구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겠지. 그래서 단차가 거의 없는 1층 이외에는 어린이의 출입이 어렵다는 점을 아쉽게나마 받아들인다.
2. 공간의 마감이 미흡한 점.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도는 오랫동안 있어 왔다.
노출 콘크리트 좋다 이거야. 비주얼상의 인더스트리를 위한다면 최종 마감으로 에폭시든 투명 우레탄이든 작업할 수 있었을 테다.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못했다.
벽감을 손으로 슥 훑었더니 뿌옇게 분진이 나오고, 급기야는 모서리 콘크리트 부스러기까지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무리 옛 공간을 재창조한다는 거대한 목표가 있더라도 음식을 다루는 업장에서 자재 마감만큼은 신경썼어야 하지 않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곳이다.
누군가는 여기서 태어나고, 진찰받고, 입원도 하고, 병문안도 가고, 깊은 기억이 새겨진 곳이 탈바꿈하여 무척 반가운 재발견일 것이다.
공간의 재구성으로는 의미있지만, 음식을 파는 곳으로써 과연 이대로 괜찮은지는 앞으로의 걸음을 지켜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