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키
* 다방물볕(카페,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 - 하양무학로교회 앞)
올해 4월 대구, 경산 등지를 다녀왔습니다.
첫 장소로 하양무학로교회 및 다방물볕을 골랐어요. 이 두 곳 보려고 경산에 들렀다 해도 지나치지 않 죠. 건축가 승효상 및 승지후 부자가 하양에 지은 2번째 건축물입니다. 2021년 8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참고로 '물볕'은 이곳의 지명인 하양(河陽)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에요.
👍 다방 한 켠에 '물볕은 하양(河陽)의 순 우리말이다. 물에 내린 햇볕이니 그 볕내가 못내 향기롭고 볕살이 참 따스할 게 분명하지 않은가?' 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카페의 정체성과 공간 특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빨간 벽돌과 밝지만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가 대비를 이루도록 외부를 설계했고, 카페 내부는 밝은 색상과 목재의 질감이 어우러지도록 설계했어요. 눈을 돌리면 하늘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시선을 머물게끔 하는 찬장 구조도 독특했어요.
카페 뿐 아니라 물볕갤러리, 물볕책방, 대구카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아틀리에 등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이 한 곳에 모여있습니다. 공동체를 작게나마 구현하고 싶다는 건축주 및 건축가의 소망을 담은 곳입니다. 조용한 주거지구 한 가운데에 자리한 곳에서 커피 마시며 눈을 감고 있으면 참 평화롭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 의자가 다소 불편합니다. 오래 앉아있다면 꽤나 허리 등에 무리가 갈지도요. 오늘의 핸드드립으로 마셨는데, 이런 종류가 가격이 비싸다 쳐도 게이샤 1잔에 1.0만원은 조오오오금... 음료가 빨리 나오는 느낌은 아닙니다.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다 가는 공간의 개념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공간에 대한 설명은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의 기사로 갈무리합니다.
카페의 발전 경향 중 대형화만큼이나 눈에 띄는 갈래는 복합화다. 카페와 기타 여러 프로그램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한 비도심에서는 이를 넘어 일당백 역할을 한다. 경산시 하양읍에 자리한 물볕(2021)처럼 말이다.
승효상이 설계한 하양 무학로교회(2018)의 신도이자 물볕 대표 황영례는 교회 맞은편 부지를 매입한후, 승지후(107디자인워크숍 대표)+강민선(국민대학교 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주목할 부분은 용도,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 요구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두 건축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되는 건축주 자택과 하양 무학로교회가 대상지로부터 50m 내외의 거리에 있음을 고려했다. 이 두 관계 속에서 교인들이나 숙소 이용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를 그렸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고, 먹거리를 베풀고, 문화 활동을 좋아하는 건축주라면 상상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는 곧 물볕이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 갤러리, 책방으로 구성된 이유다.
승지후는 아버지 승효상의 뜻을 따라 영성의 공간을 존중하며 콘텍스트를 저해하지 않도록 “교회보다 튀지 않는 건물”을 의도했다고 말한다. 물볕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은 크게 두 번이다. 먼저 교회에서 나와 교회 앞마당에 당도했을 때, 물볕의 주 출입구와 그 사이로 안마당이 보인다. 언뜻 교인만을 위한 동선이라 여길 수도 있으나 하양 무학로교회는 일반인도 즐겨 찾는 곳이다. 물볕을 답사한 날도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교회 방문객을 목도했다. 두 번째 접근 방법은 건물 사이사이에 난 부 출입구다. 물볕은 용도마다 독립된 매스가 담으로 연결된 공간이며 사방으로 크고 작은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담 곳곳에는 각기 다른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개구부가 있어 공간에 대한 흥미를 끌고 방문 욕구를 더한다.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길 바란 설계가 통한 건지, 여기저기에 난 부 출입구를 통해 사람이 드나들고 하물며 사각지대의 입구도 있어 왔다 갔는지 모를 때도 있다고 한다. 이어 황영례는 “물볕이 퍼블릭한 공간이 됐다”며 건축가와 함께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상업 공간 운영자의 입에서 나온 ‘퍼블릭 공간’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반가웠다. 일부가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출입구 사이를 통과해 지나가더라도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도 채 안 된 카페의 재구매율은 4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