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고기의 부드러움에 미치는 근육의 세 요소
우리는 질긴 고기보다 연한 고기를 더 좋아한다. 연한 고기가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기는 연한 정도가 다르며, 한 개체안에서도 근육마다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고기의 연함에 영향을 주는 근육의 요소들은 무엇일까. 다음의 세 가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1. Actomyosin effect.
근육을 이루는 가장 작은 세포 단위는 sacromere 라 하고 protein 인 actin과 myosin으로 구성된다. 근육이 수축하거나 사후강직이 올 때 두 단백질은 결합하여 actomyosin이 되는데, sacromere 가 수축하면 그 길이가 짧아지고 단단해져서 질겨진다. Sacromere 의 길이는 사후강직시 근육의 position과 온도에 영향을 받아, stretching 된 근육은 길이가 커지며, 온도가 낮으면 짧아진다. 연함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sacromere 가 얼마나 잘 분해되는가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보관기간이 길수록 단백질분해가 잘 되지만, 실용적으로는 cooler aging이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효과적 방법이다.
2. Background effect.
근육내 단단한 결체조직에 의한 영향. 숙성이 잘 되어 actomysin effect를 무시할 정도가 되어도 connecctive tissue 결체조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결체조직이 영향을 주는 요소는 두 가지. 첫째는 그 양. 결체조직이 많을수록 고기는 질기다. 운동량이 큰 팔다리 근육이 질긴 이유는 결체조직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결체조직의 가열용해성. 요리시에 열을 가하면 결체조직이 서서히 녹는데 그 정도가 다르다. 어린 소보다 나이가 많은 소의 결체조직은 그물처럼 cross link가 많기 때문에 열을 가하여도 잘 녹지 않는다. 늙은 소의 고기가 질긴 이유이다.
3. Bulk density or Lubrication effect.
근내지방에 의한 효과로 지방이 많이 있는 근육은 단위부피당 근밀도가 낮으므로 지방이 없는 고기보다 연하다. 근내 혹은 결체조직 내 지방이 저작시 근육과 결체조직을 끊는데 필요한 힘을 줄임과 아울러 지방조직이 근육사이사이의 윤활역할을 해 씹을 때 연하게 느끼게 하며, 지방은 고기를 익힐 때 고기가 타서 단단해 지는 걸 막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지방이 많은 고기가 연하고 부드럽다.
그렇다면 소의 가장 연한 고기, 근육은 어디일까? 미국축산협회의 실험 데이터 결과는 다음 순이다.
Psoas major. 안심. 3.07
Infraspinatus. 부채살. 3.20
Spinalis dorsi. 새우살. 3.23
Serratus ventralis. 살치살. 3.54
Multifidus dorsi. 등심의 반가시근. 3.65
Subscapularis. 견갑하근. 3.76
Teres major. 대원근. 3.83
부채살이 생각보다 꽤 괜찮다. 새우살, 살치살 역시 등수 안에 들었다.
문제 1.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연한 이유를 세 가지 이상 열거하시오.
#2023연말결산
최은창
구교혁의 흑돼지 교향시
쉐프가 지향하는 흑돼지 요리법은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흑돼지 고기 자체의 순수한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가’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의도는 여러 곳에서 관찰된다. 1. 불을 써서 고기를 익히되 훈연향을 가능한 한 배제하기 위해 숯이 아닌 말린옥수수를 태워 고기를 굽는다. 2. 불에 구울 때 고기에 첨가하는 것은 고기 자체의 육즙과 녹인 지방 뿐이다. 향신료나 소금은 쓰지 않는다. 3. 1부에 쉐프가 매칭하여 내는 와인은 레드가 아닌 화이트 와인. 적포도주의 탄닌이 혀를 지치게 만든다 한다. 4. 고춧가루 하나도 없는 묵은지나 물김치 조차도 거의 질감만을 사용한다.
쉐프가 고기를 굽는 방법은 다양했다. 불판에 고깃덩이를 던져 놓고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굽는 동시에 토치로 삼면에 불질도 하고, 손으로 꾹 눌러 그릴마크도 내고, 부지런히 뒤집고, 때로 두꺼운 지방층에는 칼집을 내고, 내장 지방을 토치로 가열해 녹여 고기위에 떨구기도 하고, 구울 고기를 지방덩이 위에 얹기도 하고, 지방으로 고깃덩이를 덮기도 했다. 처음보는 동작들이 많았다. 손으로 다 한다. 화염 위에서 손이 날아다녔다. 불판이 마치 피아노 건반 같았다. 덩어리로 익힌 고기는 더운 물 위에서 레스팅하는 것도 있었고, 익힌 고기의 육즙과 지방을 짜내 도마위 고기에 끼얹는 놀라운 방법도 보여 주었다. 이건 쿠킹이 아니라 한 편의 연주라 보는 편이 옳다. 음표하나 틀리지 않는 연주처럼 악보에 그려진 순서 그대로 고기가 구워져 접시에 올려졌다.
어떻게 하면 고기를 맛있게 구울 수 있냐고 물었다. 쉐프의 답은 ‘지방을 익히는 동안 살코기의 수분감을 잃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노릇노릇하게 굽느라 수분을 다 잃어버린 것이다. 아하 이제야 쉐프의 굽는 동작들이 이해가 간다. 부위마다 두께와 지방과 근육의 구성이 다르니 굽는 방법도 달리 하는 것이다. 그의 손동작이 너무 빨라 식객들이 잘 캐치하지 못할 뿐. 윗등심.
이 사진 한 장이 쉐프의 모든 내공을 말해 준다. 바깥은 크러스트를 만든 듯 바삭하게 마이야르, 속엔 육즙을 가득 부드럽게 가두고. 돼지고기라고 바싹 익히지 않는다. 잘 구운 좋은 고기는 소금조차도 필요없다. 자체로 간이 되어 있다. 맛있다.
고기를 내는 순서가 궁금했다. 식객이 질문했다. 보통은 담백한 부위부터 시작하여 진하고 기름진 맛으로 가는데. 쉐프의 답은 ‘앞의 고기맛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오호. 이런 뜻이구나. 한없이 크레센도로 갈 수 없으니. 강약중강약으로 노래의 한 마디를 구성하듯이 고기를 즐기는 순서에 리듬을 넣었다.
1부가 1악장 윗등심, 안심, 아랫등심, 가브릿살, 2악장 첫줄 삼겹 윗살, 첫줄 삼겹 아랫살, 등갈비살, 3악장 아랫 삼겹, 세로살 및 삼각살, 갈매기살. 완벽한 소나타 형식이다. 첫줄 삼겹의 윗살은 광배근이 포함되어 근섬유가 굵다. 씹히는 맛이 있고. 그 아랫살은 오랫동안 단맛을 낸다. 이웃해 있는 부위인데 이런 차이가 있네. 삼겹살은 직사각형으로 구워낸 중심. 배받이 복직근이다.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스시 같은 느낌이 온다. 잘 만든 스시가 네타와 샤리가 동시에 스르르 없어지듯이 살코기와 지방이 동시에, 놀랍게도 붙은 껍데기도 한꺼번에 스르르 없어진다. 껍질, 지방, 살코기 삼합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맛이란. 아하. 이래서 지방을 구울 때 고기부분을 기름이불로 덮었었구나. 그래서 토치를 사용해 사방으로 동시에 열을 가하는구나. 오호라. 삼겹살도 노릇노릇하게 굽지 않고 이렇게 육즙을 가둬 구워야 하는 거구나.
생선이 종류마다 그리고 부위마다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두께와 모양이 다르듯, 돼지도 마찬가지다. 목살과 갈매기살과 항정살로 보여 준다. 아니 느끼기 해 준다. 얇게 결 반대로 썬 갈매기, 결대로 뭉텅 썬 갈매기의 저작감. 항정살의 대조적인 식감들. 갈매기엔 연태를 한 잔씩 동반했다. 이 어울림, 이 마리아주. 이제부터 갈매기에는 고량주다.
1,2부 사이에 인터미션. 고기 먹을 때는 끊기면 짜증내는 녀석들이 휴식을 반기네. 쉐프는 음식양이 많다고 두 번 사인을 준다. 첫 점 아롱사태 낼 때 양이 작은 분들은 국물 다 드시지 마세요. 중간쯤 ‘식사하는데 체력이 필요하다고 느낀’손님들도 있어요. 부위마다 한 점 씩만 먹는데도 양이 정말 많다.
1부가 소나타라면 2부는 변주곡이다. 목살을 주제로 다양한 변주를 펼쳐 나간다. 6개의 변주를 한다. 두께, 크기,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 저작감. 다른 맛을 보여 준다. 네번째 목살이 가장 보편적인 식감의 변주 주제. 두번째 목살별미는 목살 사이의 기름을 구워 주는데 꼬들하며 맛있다. 세분하여 먹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가를 알려준다. 그 미묘한 차이를. 항정살을 얇게 바싹 구워 와사비, 두툼하게 구워 육즙 가둔 아삭한 식감을 주는 피스 하나씩. 마지막에 족발의 껍데기와 지방을 바삭하게 구워 내고, 살짝 양념한 갈비살로 대미를 장식했다.
마지막엔 쉐프가 질문을 한다. 가장 좋았던 부위 셋을 고르라고. 저마다 이유가 제각각이다. 나는 기본을 골랐다. 어느 피스나 다 맛있었으니까. 마지막 연주를 마치자, 네 명의 식객 모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감동적인 연주. 밥 먹고 기립박수하기는 모두 처음이었다. 6시반에 시작한 강의는 12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돼지를 이해할 때까지 얼마나 많이 헤쳐보고, 분리해서 먹어보고, 작은 차이를 알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방법으로 구워 봤을까.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얼마나 많이 갖가지 방법으로 먹어 봤을까. 얼마나 오랜 시간 돼지만 생각했을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쉐프는 작곡을 공부했었다고 한다. 그의 ‘흑돼지’ 교향시를 다시 듣고 싶다. 방문한지 며칠 지나 리뷰를 쓰려고 메모한 종이들을 꺼내 보았다. 향긋한 기름내가 난다. 우리가 돼지고기 식당에 갔다온 다음 옷에서 나는 냄새는 기름냄새가 아니라 숯내와 고기가 탄 냄새구나. 기름만 탄 냄새는 처음 맡아 본다.
향기로웠다.
최은창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들어야 할 흑돼지 마스터 클래스
그의 다섯시간반에 걸친 강의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흑돼지의 해부, 2막 부위별 시식. 1막은 1장 전지 및 목살의 해부, 2장 몸통의 해부. 2막은 1장 몸통살, 2장 목살, 3장 기타의 시식으로 나뉜다.
식객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면 이 클래스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식당에서 주문하여 먹는 부위는 구체적으로 돼지의 어느 부분이며, 어떤 근육인가. 이 부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형되는가? 각 부위에 따른 맛의 차이, 나아가 각 부위 안에서도 차이가 있는가? 어떻게 굽는 것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가? 사실 모르고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알면 더 맛있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학문은 분류에서 시작된다. 무엇과 무엇이 서로 다르다는 분류. 그 미묘한 차이를 아는 것이 전문가의 필요조건이다. 고기를 척 보고 안다. 고기밖을 보고 안을 상상하여 맞춘다. 어떻게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어떻게 해야 맛난 고기를 구울 수 있는가. 쉐프의 답은 ‘돼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겹살도 다 같은 삼겹이 아니라 여러 부위로 세분할 수 있고, 이 세분한 부위의 맛이 다르며, 이 맛의 차이를 바로 이 자리에서 알 수 있는 곳. 이 곳은 식당이 아니라 강의실이다. 무궁하게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소다.
실제로 요약된 강의요점과 학습목표 및 강의 순서, 음악회로 말하면 곡설명과 레퍼트와가 미색 화지에 인쇄되어 각 자리에 놓여 있다. 필기도구도 제공되며 끝나고 갈 때 소중한 메모를 간직할 수 있도록 반투명 아트지 봉투에 넣어준다. 디테일에 감동한다. 강의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갑 끼고 근육층과 지방층을 만져보고, 부위마다 다른 지방의 조직을 느껴볼 수 있는 참여하는 강의. 식사가 아니라 강의라는 증거. 예술은 기술의 경지를 넘어 있다.
쉐프의 강의는 다섯시간 반 동안 거침이 없다. 머릿속과 그의 칼 속에, 불 속에 내용과 순서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의 칼도 거침없이 날아다닌다. 오랜 숙련의 결과이리라. 피아니스트가 눈감고 건반을 넘어 다니듯, 그의 칼은 익숙한 길을 따라 다녔다. 때론 까만 임파선이 칼이 지나는 자리의 지표가 되었다.
등심덧살인 가브리살과 등심을 보여 주기 시작하여, 횡격막을 구성하는 갈매기살과 소의 토시살에 해당하는 살을 발라낸다. 대요근인 안심을 분리하고 등뼈를 분리해 내면 몸통에서 갈비뼈만 남게 된다.
목과 전지로 이동하여, 흉골을 발라내고 1,2,3번 갈빗대와 이에 붙은 흉추 그리고 경추를 발라낸다. 돼지의 어깨관절에 칼을 넣어 관절강을 연다. 목부분에서 견갑골을 발라내어 소의 부채살과 꾸리살에 해당하는 극상근과 극하근을 노출한다. 전지를 분리하여 무릎 아래 미니족발 혹은 아강족 아래 분리하고 학세를 만드는 사태부위를 남긴다. 목살을 분리하여 목살과 항정살을 분리한다.
다시 몸통으로 와 남은 갈빗뼈를 발라내고 등심을 분리하면 삼겹판이 남게 된다. 윗삼겹, 아래삼겹, 등쪽 삼겹의 세로살과 배꼽근처의 삼각살을 분리한다. 분리 정형한 부위들을 도마 위에 가지런히 늘어 놓으면 제1막의 커튼이 내려 온다.
하나의 아름다운 공연. 칼의 춤. 칼의 노래. 육체의 카니발의 모습이 떠 오른다. 쉐프는 오랜 기간 습득한 정형의 언어로, 식객들은 해부학과 비교해부학에 따른 근육의 학명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귀한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2막. 시식. 세세히 부위를 나누는 이유는 맛의 오묘한 차이를 느끼기 위함이다. 차이가 없다면 구태여 나눌 필요가 없으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수고가 헛되기 때문이다. 각 부위안에서도 지방의 특징, 근섬유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느끼기 위하여 이 흑돼지의 각 부위는 어떻게 조리해야, 어떻게 구워야 할까.
2부에 계속.
예랑
한줄평: 2200 리뷰❤️ 나도 모르던 나의 돼지고기 취향, 그리고 돼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경험 나도 몰랐던 나의 돼지고기 취향을 찾게 해준 특별한 시간.
신당동의 어느 작은 골목에 절대 식당이 있을법하지 않은 어떤 건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혼고기>는 흑돼지 유통 가업을 물려 받아 돼지를 사랑하고 돼지에 미쳐있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식당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납품받는 식당 사장님, 셰프님들에게 돼지고기 정형 및 부위에 대한 설명, 맛, 조리법을 강의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1인 20만원을 내면 돼지고기에 대한 설명 및 발골작업 간접체험하는 샘플러 코스, 발골한 고기를 맛보는 부처스컷 코스 두 가지로 구성돼있다. 고기에 맞춰 좋은 주류도 페어링해주시는데, 이 또한 20만원에 포함돼 있다.
<1. 혼고기 샘플러>
혼고기 샘플러 코스는 요리사가 아닌 정육인의 시선으로 1부엔 돼지고기 몸통, 2부엔 앞다리를 발골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날그날 공수한 신선한 흑돼지 제주도 고기의 이분도체를 발골한다.
시작 전 진짜 제주돼지를 구분하는 건 어떻게 하는걸까? 진짜 제주 돼지는 피부 겉에 <흑/제주/1>이라고 도장이 찍혀있다. 숫자 2라고 적힌 아이들은 육지에서 키우고 제주 와서 2~3개월만 키운 돼지들이라 한다. 참고로 최근유행하는 요크셔 돼지는 향이 더 많이 나고 맛이 진한 편이라고.
돼지고기는 참고로 빠싹 익히면 돼지 육즙이 가진 수분 다 날아가 버린다. 육즙이 촤르르 퍼지는 정도가 딱 좋다. 사람들은 기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돼지 육즙을 먹는거라고 한다. 돼지를 소처럼 구우면 단맛이 느껴진다. 반대로 소는 육향이랑 기름으로 구워낸다. 소는 굽기 테크닉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육즙을 많이 느껴지는 거라고.
보통 돼지를 발골할 때는 앞다리와 몸통&뒷다리 부분으로 나눠서 발골한다. 사장님은 이단 윗등심부터 시작하여 가브리살, 삼겹살, 삼각살, 갈매기살, 5가지목살, 항정살 그리고 세로살(혼고기에서만 만나볼수 있다!)로 나눈다.
이 때 발골을 구경하며 재밌었던 이야기 몇 가지만 정리해봤다.
1) 목뼈와 등뼈를 가지고 돼지감자라고 부른다는 것. (감자탕의 어원은 이 부위를 돼지감자라 부르기 때문에 감자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감자탕이 아니고) 목뼈는 목살이 붙어있고 등뼈는 등심이 붙어있다. 돼지의 목부터 턱까지가 어깨 항정살이라고 한다.
2) 목살이라고 다 같은 목살이 아니다. 돼지를 발골하여 나오는 목살은 등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인데, 자세하게 나누면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꽃목살(목심)과 윗등심, 아래 살코기가 살치살이다. 꽃목살은 소고기의 목심이랑 같은 부위라 볼 수 있다. 굉장히 붉고 마블링이 좋고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좋아 구이에 적합하다.
3) 안심은 소처럼 돼지에서도 가장 기름기가 적은 부위. 안심에서도 꼬리 부분은 소로 치면 filet mignon(영어로 tenderloin)이다. 안심 반대편이 있는 부위가 채끝등심이다. 그가운데 있는 등뼈가 T자 모양으로 T본스테이크가 여기서 나오는데, 이건 소와 거의 동일하다. 돼지 윗등심은 소의 새우살이다.
4) 등심은 윗등심 아랫등심으로 나눌 수 있다. 윗등심은 구이에 적합하고, 아랫등심은 주로 돈가스 등으로 많이 해먹는다. 등심 덧살인 가브리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200~450그램 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다.
5) 항정살은 껍데기에 붙여서 '껍데기항정'이라고 해서 파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은 일반 항정살이랑 똑같이 판다. 항정살은 손질할 때 수율이 좋지 않다. 다 떼고나면 50%는 버리게 되는데, 껍데기를 붙이면 30% 수준으로 줄어든다.
6) 우리가 아는 삼겹살 등쪽에 있는 부분을 세로살이라 한다. 다른 삼겹살이 가진 지방과 지방 사이의 살이 없는 부위다. 지방이 고급지고 식감이 좋고 고소하다. 등갈비 지탱하던 살이라 살코기 자체가 탄탄하다.
7) 돼지 앞다리에서는 갈비와 짝갈비가 나오는데, 몸쪽 갈비는 등갈비, 폭립, 쪽갈비, 뼈삼겹 등으로 먹고 다리쪽은 양념하여 숄더랙으로 먹는다. 돼지갈비는 다릿살인데, 순수 갈비살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작아서 실제로 판매되는 돼지갈비는 앞뒤 전지살을 더해서 정형하여 판매한다. 즉, 우리가 먹는 돼지갈비의 갈비살은 사실 갈비가 아니고 전지살인 경우가 더 많다.
8) 갈매기살(소의 안창살)은 선도가 정말 중요하다. 가로막살 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는데, 가로막을 움직이는 힘을 쓰는 곳이다. 육색도 강하고 내장이 붙어있어서 선도가 매우 중요하고, 2주만 지나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신선할수록 맛있다. 갈매기살에 바로 붙어 있는 토시살도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 참고로 토시살은 한 마리당 몇십그램 수준의 소량만 나와서 잡육처리한다.
9) 각 부위별로 모양도 다르고 고기의 탄성도 다르다. 목살에 붙은 지방은 굽기 전 상태에 굉장히 탄탄하다. 흐물거리지 않고 탄탄한데, 손으로 만져보는데 단단함이 느껴진다. 식감도 좋아서 이 부분은 구워먹으면 굉장히 맛있다.
10) 시대에 따라 돼지고기를 정형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부위나 수요에 따라 정형하는 형태도 달라지는 것. 대표적인 게 바로 뼈등심. 과거에는 돼지고기는 뼈와 붙어있는 형태로 발골하지 않았는데 돈마호크가 유행하면서 이런 모양으로 자르는 게 많이 생겼다.
그밖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워낙 많고 메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많아 생략한다. 대략 우리가 이날 발골 체험을 하면서 먹기 위해 정리해둔 아이들을 메모해봤다.
등뼈 항정살 갈매기살 토시살 목살 안심 뼈갈비 삼겹(위삼겹) 위등심 아랫등심 삼각살 세로살 배바지살 가브리살 안심
<2. 혼고기 부처스컷>
무려 1시간반에 가까운 강의를 마치고 부처스컷 코스가 시작했다. 이 코스도 1부와 2부로 나뉜다. 고기는 숯을 쓰지 않고 화력은 좋으면서 연기를 최소화하는 마른 옥수수로 그릴링을 한다. 마치 팝콘을 굽는 득한 냄새가 난다. 여기에 불판 위에 내장지방으로 만든 라드를 발라가며 고기를 손으로 직접 구워준다.
말돈소금, 후추, 다시마부각을 준비해주었고, 묵은지 동치미, 갈치속젓, 홀그레인머스터드 등이 고기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라인업으로 구성돼있다.
ㅇ 1부
1) 아롱사태
2미리로 썰어서 말아서. 돼지사골육수에 준다. 감태. 핑크페퍼. 소금 후추도 함께.
2) 안심육회
살짝만 익혀서 서빙. 다른데서는 먹기 힘든 메뉴였다. 돼지고기 안심을 육회로 먹다니. 선도도 정말 좋고 육향도 은은하게 느껴지며 식감도 좋았다. 다른 분들은 이 부위를 베스트로 꼽기도 했다.
3) 윗등심 ★ (10번째사진)
고기가 정말 부드럽고 돼지 특유의 단맛도 육즙이 한가득 느껴진다. 이렇게 부드럽게 씹히는 맛은 처음이다. 소금 후추 중에선 소금 더 잘어울린다. 참 고소하다. 초반부터 이렇게 감탄하며 먹기가 쉽지 않다! 내 취향에 딱 맞았다.
- 와인 부르고뉴 스타일인 상세르 와인으로 페어링.
4) 안심
안심은 결이 일정하고 기름이 하나도 없이 담백하다. 대신 고기 육즙이 폭발한다. 소가 아니라 돼지고기 육즙 느낌이 뿜뿜. 정말 부드럽고 깔끔하다.
5) 아랫등심
돈가스하는데 적합한 부위. 물많은 육즙이고, 마치 고기가 닭가슴살 같다. 백색육 같은 맛이 난다.
6. 가브리살
목살과 항정살의 중간부분인 특수부위. 다시마부각을 듬뿍 묻혔다. 고소하면서도 다시마 맛이 부각된다.
7. 첫줄삼겹 - 윗살
육즙은 살아있다. 지방부분은 잘 익히고 살코기를 살리기 위해 구울 때 돼지 지방 부분으로 덮었다.
- 참나물&미나리향.
- 근섬유가 질기고 식감 탄탄하다. 반발력 있지만 질기진 않다. 돼지 육향도 느껴지고 부드럽고 육즙 폭발한다.
8. 첫줄삼겹 - 아랫살
살코기 육즙 기름 껍질까지 다르다. 살도 부드럽고 육즙도 맛있지만, 껍질은 불맛 좋고 식감 아삭아삭 좋다. ㅍㅌㅂㅎ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좋아한 부위라고.
9. 등갈비살 - 등심쪽
식감도 좋고 기름지고 부드럽고 사르르 녹는다. 대충 녹아도 맛잇다는게 그이유.
10. 등갈비살 - 삼겹살쪽
등심쪽 등갈비살보다 좀 더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11. 삼겹살 - 배바지살
부드러우면서도 육즙 좋은 살. 고소함 폭발한다.
12. 세로살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수부위. 수분감이 있고 탄력감 있는 식감이다. 진짜 너무 맛있다! 돼지 풍미도 나면서 부드럽고 육즙이랑 고소하다!
13. 삼각살 ★ (20번째사진)
배꼽살, 두껍데기살이라고 불리는 부위로, 혼고기에서는 삼각형 모양이라 삼각살이라고 부른다. 껍데기에서 스지로 가기 직전. 옆구리랑 골반 사이 배꼽 사이다. 껍데기가 얆고 살과 껍데기 사이에 지방층이 얇게 포진해있다. 사장님은 갈치속젓을 추천. 껍질이 얇은데 먹을 때는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지방도 적당하고 적색육보다 백색육보다도 딱 중간 느낌이었다. 그 밸런스가 참 좋았다.
14. 갈매기살
- 배 샤베트
ㅇ 2부
2부에는 프랑스 게랑드소금. 여기선 다섯가지 종류의 목살을 맛보았다.
1. 첫번째 목살 - 살치살 육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사 부드럽다. 백육고기 같다.
2. 두번째 목살의 별미
기름맛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다. 입안에서 기름기가 팡팡 터진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느껴진다.
3. 두번째목살
부드러우면서 육즙 팡팡 터진다. 백육하고 적육 중간 정도다.
3. 세번째 목살
이런 굽기 형태가 좋다. 첫줄삼겹 아랫살이랑 같은 방식으로 구웠다.
4. 네번째 목살 ★ (25번째사진)
다섯종류 목살 중 가장 목살다운 목살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기 식감이 탱글하고 육즙도 많고 육향도 좋다. 다른 부위들도 맛있었지만, 가장 목살다운 느낌이라 그런지 육즙도 육향도 식감도 지방도 밸런스가 너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5. 다섯번째 목살
신김치 굽고 갈치속젓 묻혀서 구웠다. 일단 구운김치가 너무 맛있고. 갈치속젓도 감칠맛 너무 맛난다.
6. 얇은 항정살
항정살을 고기 결대로 썰어서 구웠다. 구운 뒤 시어링. 항정살 특유의 쫄깃함이 느껴진다.
7. 통 항정살 ★ (27번째 사진)
설깃설깃한 식감이다. 육즙이 폭발하고 쫄깃함도 좋았지만 이런 맛도 처음이다. 새로우면서도 꽤 마음에 들었다.
8. 족발껍데기
9. 양념갈비
육즙 육질 살리고 앙념 살리려고 24시간만 양념 절이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배가 불러 섬세한 맛은 덜 느껴졌지만 이 또한 맛있었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꼈던 건 1) 윗등심 2) 삼각살 3) 네번째목살 그리고 4) 통항정살이었다. 통상적으로 즐겨먹는 삼겹살도 맛있었지만, 다른데서도 느낄 수 있었던 맛잇는 맛이랄까. 이렇게 부위로 자세하게 나눠서 맛있다고 느낀건 이 부위들이었다.
장장 4시간에 가까운 코스였고, 다 먹고 집에 가니 정말 배가 너무 불러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돼지와 좀 더 친해진 기분이고, 돼지고기의 부위와 굽는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니, 정말 즐겁고 유익하고 맛있는 시간이었다. 혼고기를 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올해 연말까지는 이미 다 예약이 꽉차있다고 하니, 내년도 예약 오픈을 노려보기를 기원합니다.
insta @yeh_rang #먹히영
Colin B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다이닝. — 신당동의 뒷골목에 수상쩍은 장소가 있다. 통유리 너머 보이는 희한한 광경. 근사한 조명이 내리쬐는 바테이블 한켠에 4분도체로 분할된 돼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재즈가 흐르는 실내. 입매가 아름다운 사내가 반갑게 맞이한다. 언뜻 수줍어 보이지만, 어딘가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다. 술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속속 등장하는 오늘의 부쳐꿈나무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사내가 칼을 쥐어든다. 약 한시간 정도 진행되는 발골과 정형. 꿈나무들은 능숙하게 돼지를 해체해나가는 부쳐를 감탄스럽게 바라보며,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 보따리를 펼쳐놓는다. 단단한 껍질을 두들겨도 보고, 등갈비뼈를 잡아 뽑아도 보면서 돼지와 더욱 돈독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스무가지의 부위가 준비되자 시작되는 식사. 돈사골 육수에 담근 아롱사태구이와 돼지육회로 시작해 돼지고기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곁들이는 찬 몇가지와 마무리 햇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고기 또 고기. 로스율이 높은 방식으로 서브한다지만, 인당 800그램 정도의 고기를 배정한다고 하니 나름 육식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은 여정이다. 코스가 끝날 무렵엔 무한도전 50회 특집에서 잔치국수 50그릇을 먹고 뻗어버린 준하형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기의 질도 훌륭하지만, 더욱 압도적인 건 사내의 굽는 스킬이다. 3-4시간 동안 진행되는 식사 시간 내내 그야말로 혼을 담아 고기를 굽는다. 손으로 고기의 상태와 온도를 느끼며 굽고, 토치를 사용해 뽑아낸 기름으로 고기를 겹겹이 코팅한다. 다 익힌 고기는 가장 맛있는 부위로만 썰어서 자투리 고기의 육즙을 그 위에 짜낸 뒤 손님 접시 위에 올린다. 코스의 마지막 즈음엔 컵에 각얼음을 넣고 신중하게 콜라, 사이다를 따라 청량한 칵테일처럼 변신시키는 놀라운 마법도 보여준다. 마치 소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듯, 코스를 마친 사내가 무대인사를 하자 손님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낸다. 사실 이 사내, 호텔을 포함한 여러 매장에 흑돼지를 납품하는 정육도매회사의 후계자란다. 국내의 획일화된 돼지고기 식문화를 바꿔보고 싶어 요식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공간이자, 개인들이 자신의 돼지고기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소셜키친을 마련한 것이라고. 부쳐의 시선으로 구성된 참신한 코스와 이끌어가는 사내의 뜨거운 열정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멋진 경험. instagram: colin_beak